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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자축 뒤 공장 찾은 김정은…'불법 무기 수출' 관련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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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후 연일 관제소를 찾아 성공을 자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간 산업 설비 생산 공장을 찾아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 일단은 경제 행보로 보이지만 최근 북한이 추진하는 군수 산업 발전 목표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용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용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설비 생산 시찰 "경제 주체화 기여"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함경남도 함흥시의 용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기업소를 찾아 "노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이 우리 경제의 주체화 실현에 기여하게 될 중요 대상 설비 생산 과정을 통해 패배주의, 기술신비주의에 된타격을 안긴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어 "온 나라가 용성에서 고조되는 전진기세, 투쟁기풍을 따라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기계제작공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기업소의 과업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 이일환·오수용 당 비서, 김여정 부부장,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동행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은 최근 연일 착용하고 있는 가죽 코트를 입고 밝은 표정으로 공장을 둘러봤다.

북한에서 '어머니 공장'으로도 불리는 용성기계연합기업소는 북한의 주요 기업과 광산에 각종 설비를 공급한다. 김정은은 앞서 2013년, 2015년, 2016년에도 용성기계연합기업소 산하 '2월11일 공장'을 시찰했는데, 북한에서는 공장 이름에 숫자를 붙이는 경우 대부분 군수 공장이나 군 산하 공장을 의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NK-방산 염두 뒀나 

실제 북한의 공장은 군수품과 민수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은의 이번 용성기계연합기업소 현지 지도도 군수 산업 발전, 즉 'NK-방산'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지난 21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북한산 포탄 제공을 대가로 확보한 러시아 측의 기술 지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공장을 시찰한 것이라 시기도 의미심장하다.

김정은은 지난 8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직후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 공장, 전술 미사일 생산 공장 등 군수 공장을 연이어 시찰하며 '국방경제사업'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불법 무기 수출을 새로운 외화 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같은 달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도 김정은은 "군수공업부문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현대화돼가는 군의 작전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수 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럴타워인 제2경제위원회가 160여곳의 군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투표율 100%…"민주와 거리 멀어"

한편 김정은은 같은 날 용성기계연합기업소에 차려진 선거장에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투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해당 선거의 투표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99.63%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찬성과 반대를 색상이 다른 투표함에 투표하는 방식 등 민주적인 선거 제도와는 거리가 멀고 정권 내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아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아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날 김정은의 용성기계연합기업소 방문과 대의원 선거 투표는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이후 처음으로 위성과는 무관한 공개 행보다. 그간 김정은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나흘간 세 차례에 걸쳐 방문하며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직접 확인하고 딸 김주애 등과 축하 연회를 열었다.

김정은은 위성 발사 성공을 국방 분야의 연말 최대 성과로 앞세우며 방산, 경제, 건설 등 다른 분야의 한 해 성과도 돌아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신문은 25일 "연말까지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는 올해의 투쟁목표들을 위한 작전과 지도를 치밀하고 박력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당국의 성과 다그치기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경축하여 지난 23일 목란관에서 북한 정부의 명의로 마련한 연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내 리설주, 딸 주애과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경축하여 지난 23일 목란관에서 북한 정부의 명의로 마련한 연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내 리설주, 딸 주애과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北 안보리 회의 앞두고 반발

한편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27일(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유엔 안보리는 실패로 돌아간 지난 5월, 8월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 직후에도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딴지로 빈손으로 끝났다.

북한은 안보리 회의 소집 전부터 반발했다.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27일 담화를 내고 "(북한의) 자주권을 또다시 침해하려 든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그 어떤 후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정찰위성 발사는 날로 침략적 성격이 명백해지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엄중한 군사적 준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목적을 둔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김 부상은 또 "우리의 위성발사가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했다고 걸고든 '10개국'들은 저들의 위성을 탄도미사일과 동일한 기술을 이용한 운반로케트가 아니라 고무풍선이나 무중력으로 우주공간에 올려놓는단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앞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이튿날인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3개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등 10개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우주 발사체'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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