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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딸, 유방절제술 막아달라" 소송 건 英부모…법원 기각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한 부모가 성소수자인 10대 딸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는 것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 거리에서 열린 성소수자 퍼레이드. AFP=연합뉴스

지난 7월 영국 런던 거리에서 열린 성소수자 퍼레이드.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부모는 앞서 런던고등법원에 자신들의 17세 딸이 유방절제술을 받지 못하게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딸의 성적 지향은 ‘논 바이너리(non-binary)’로 알려졌다. 논바이너리는 남성·여성으로만 나뉘는 기존 이분법적 젠더 구분을 거부하는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딸의 성적 지향이 정신 질환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딸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판단 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 이주 전 고국의 의사에게 받은 진단서도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진단서엔 ‘(딸에게) 정신 분열성 인격 장애가 있다’는 내용의 문장이 담겼다.

한편 11세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이 10대 청소년은 법정에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는 제게 논바이너리라는 정체성은 정신병자라는 걸 의미하며, 성소수자는 사악하고 악마 같은 것이라는 등 동성애 혐오 발언을 끊임없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되는 부모와의 갈등에 결국 지난해 11월부터 집을 나와 보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이 청소년은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받아 “부모의 주장과 달리 밝고 강한 의지를 갖췄으며,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10대 청소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청소년에게 정신적 문제가 없을뿐더러, 현재 17세에 불과하지만 곧 성인인 18세가 되므로 스스로 성 정체성 확인 치료에 동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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