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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경협 현상황 유지해야" "동남아 등 공급망 다변화를"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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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우위’로 답변이 모아진 군사력ㆍ리더십ㆍ첨단기술 분야와 달리 경제력 분야에선 전문가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중국은 현재 수출ㆍ수입 비중이 20%를 넘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데다, 누가 향후 경제분야의 헤게모니를 쥘지 안갯속인 상황이라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중앙일보가 오는 29일 열리는 중앙포럼을 앞두고 국제관계·경제·산업 분야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과의 심층 설문을 한 결과 향후 대중 경제 전략 방향에 대한 질문에 30명(2명 무응답) 중 ▶‘현 상황 유지’로 답한 전문가는 8명(28.6%) ▶‘탈(脫)중국 가속화’는 6명(21.4%) ▶‘대중 협력 강화’는 3명(10.7%)이었다. 가장 많은 응답은 11명(39.3%)이 택한 ‘기타’였는데,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층적이고 복합적”(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은 “탈중국은 이미 시작됐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탈중국도 필요하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선순환 관계의 유지·강화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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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답변을 빼면 ‘현 상황 유지’에 손을 든 전문가가 많았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중국과의 경제 연관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미국의 견제로 10~15년 내에는 어렵지만,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속성상 자원의 선택과 집중 등의 효율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총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라며 “중국의 연 4~5% 중속 성장 지속 여부, 부동산 거품 및 인구 감소에 대한 관리 능력 등이 변수”라고 짚었다.

공급망에서 중국의 강점도 조명됐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자기 완결적 공급망을 구축했다”라며 “중국이 제조업 생태계에서 미국 대비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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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탈중국 가속화’를 주장한 전문가들은 ‘시진핑 체제’ 강화와 미국의 대중 규제 등을 고려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필요성에 초점을 뒀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럽도 중국의 정치 체제로부터 불거지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탈중국과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 교수는 “‘차이나+α’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라며 “추가적인 대중 투자는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성급한 탈중국은 지양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중국과의 비중을 줄이더라도 ‘질서 있는 철수’(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경제분야에서 미·중 가운데 누가 앞서갈 지 알수 없는 상황인만큼 양쪽 모두에 대응해야 하는 게 우리 처지란 지적이다. 김주호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탈중국과 대중국 협력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가져가 위험을 줄이고 유연한 입지를 가져가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공급망에 대해선 다른 분야 대비 탈중국 전략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며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는 만큼 동남아시아 등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교역은 흔들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김용준 성균관대 한중디지털연구소장은 한국 무역 ‘포트폴리오’를 ‘중국 20%·미국 20%·유럽연합(EU) 10%·일본 10%· 베트남 10%’로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중국과의 수출·수입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세계 국민총생산(GNP)에서 각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중국 내수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탈중국으로 발생하는 공백을 ‘블루오션’으로 삼아 적극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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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외교적 사안 발생이 경제·금융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중국과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유지하는 건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외교·안보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세분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전통 산업은 빠르게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고, 성숙·장치산업은 중국 비중을 서서히 축소해야 한다”라며 “반면 소비재 산업의 경우 중국 시장에 빨리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등의 경우 오히려 대중 협력 강화 필요성도 나왔다. “부품 공급자로서 한국의 역할과 전자제품 제조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라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인의 경제 수준 향상으로 문화와 콘텐트, 서비브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앙포럼 자문단 30인 명단 (가나다순)

▶김용준 성균관대 한중디지털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김주호 KAIST 전산학과 교수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고려대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 ▶송승헌 맥킨지코리아 대표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인하대 교수) ▶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주재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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