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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팬 야유에 정신 번쩍…내년 목표? 3등은 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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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두산 베어스가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을 기록했던 지난 7월 25일 잠실구장. 이승엽 감독(왼쪽)과 주장 허경민(가운데)이 선수들로부터 물세례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가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을 기록했던 지난 7월 25일 잠실구장. 이승엽 감독(왼쪽)과 주장 허경민(가운데)이 선수들로부터 물세례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쉽지 않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47) 감독은 ‘사령탑으로 보낸 첫 시즌에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KBO리그를 지배했던 역대 최고 홈런 타자에게도 감독이란 역할은 예측 불가능한 가시밭길이다. 마무리 훈련을 마친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성향과 성격이 다른 70~80명 이상의 선수와 스태프를 한마음으로 모으는 게 무척 어렵다”며 “선수 때는 내 것만 잘하면 됐는데, 감독이 되니 그렇지 않았다. 1년 간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말 두산과 3년 총액 18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9위에 그친 팀을 5위에 올려놓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 시즌을 보냈다. 다만 아쉬움도 남았다. 시즌 막판 치열한 3~5위 싸움을 벌이다 5위로 마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지만 4위 NC 다이노스에 완패해 가을야구를 1경기 만에 끝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일부 홈 팬에게 야유를 받은 기억은 여전히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다.

이 감독은 “홈 팀 감독이 홈 팬에게 야유를 받았는데, 충격을 안 받으면 이상하다. ‘팬들이 정말 아쉬우셨구나’ 싶었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초보 감독 치고 잘했다’는 주위의 격려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1년 차라고 내 부족함을 용납할 순 없다. 여러 차례 (더 올라갈) 기회가 왔는데 살리지 못했다. 팬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내년은 더 철저히 준비해서 야유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프로야구 무대에서 지도자로서 첫 번째 시즌을 마친 두산 이승엽 감독. 지난해 9위로 떨어진 두산을 5위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쉬움도 많았던 1년이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무대에서 지도자로서 첫 번째 시즌을 마친 두산 이승엽 감독. 지난해 9위로 떨어진 두산을 5위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쉬움도 많았던 1년이었다. [연합뉴스]

이 감독은 포커페이스의 소유자다. 늘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더그아웃을 지킨다. 속내는 그렇지 않다. 경기에 진 날이면 숙소 불을 끄고 홀로 조용히 앉아 불면의 밤을 보내곤 했다. “TV를 틀면 야구 하이라이트가 나오고, 휴대전화를 보면 인터넷 속 기사를 찾게 돼 다 멀리했다”며 “이긴 경기의 기쁨은 오래 안 가는데, 아쉽게 진 패배의 후회는 참 오래 가더라”고 털어놨다.

때로는 말 못할 속사정 탓에 욕을 먹기도 한다. 이 감독은 “밖에서 볼 땐 야구가 참 잘 보였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이런저런 돌발 상황으로 뜻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점이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건 핑계일 뿐이다. 결정은 내 몫이고,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 선택이 실패하면 내 탓, 성공하면 선수 덕분”이라는 지론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여전히 현역 선수들 못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 KBO리그 42년 역사에서 손꼽히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니, 어찌 보면 필연적인 상황이다. 내년에도 이 감독은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감내해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맞대결도 그중 하나다. 이 감독에 앞서 8년 간 두산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 감독은 일단 “김 감독님은 대선배이시고, 명감독님이시다. 롯데전에서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프로라면 마흔 살이든 스무 살이든 누구나 똑같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나 역시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김 감독님께 지고 싶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이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29년 만의 우승 축배를 든 ‘옆집’ LG 트윈스와도 내년엔 더 잘 싸울 생각이다. 이 감독은 “올해 LG를 상대로 너무 못했고(5승 11패), 상위권 팀들에게 전체적으로 약했다. 더 높은 곳에 가려면 상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더 많이 이겨야 한다”며 “올해 5위를 했으니, 내년에는 3위 이상은 해야 하지 않을까. 개막 전까지 준비를 잘해서 선수들과 함께 더 위로 올라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승엽 감독

올 시즌 두산 성적 74승 2무 68패(승률 0.521), 정규시즌 5위

◦ 생년월일 1976년 8월 18일
◦ 출신교 대구 중앙초-경상중-경북고
◦ 선수 시절 소속팀 삼성(1995~2003)-지바롯데(2004~05)-요미우리(2006~10)-오릭스(2011)-삼성(2012~17)
◦ 선수 시절 이력 KBO 정규시즌 MVP 5회, 골든글러브 10회 수상, 삼성 영구결번(36번), 2000·2008 올림픽 및 2006·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
◦ KBO 통산 성적 1906경기 타율 0.302, 2156안타, 홈런 467개, 1498타점, 1355득점
◦ 감독 경력 2023년 두산 제11대 감독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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