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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배터리 사업 일등공신…‘44년 LG맨’ 권영수 행선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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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권영수

권영수

2011년 말 LG그룹 인사에서 권영수 당시 LG디스플레이 사장(CEO)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직위는 같은 사장이지만 CEO에서 격(格)이 낮아진 사업본부장이 됐다. 그룹 안팎에서 뒷말이 나왔다. 당황한 것은 권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LG 관계자는 “당시 권 부회장이 사흘간 잠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며칠 뒤 나타난 그는 고(故) 구본무 당시 회장과 낮술을 나눴다. 그러면서 “배터리 사업에 저를 보낸 이유가 있으셨을 텐데 깊은 뜻을 이제야 이해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후 권 부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주춧돌을 쌓는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전문경영인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이제껏 LG에 없었던, 독보적인 존재감의 경영인”이라 말했다.

‘영원한 LG맨’ 권영수(66) 부회장이 LG를 떠난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지 44년 만이다.

그는 45세 나이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에 오른 뒤, LG디스플레이 CEO→LG화학→LG유플러스→㈜LG 등에서 17년간 최고 경영진을 지냈다.

기업가로서 혜안이 돋보였다는 게 재계 평가다. LG디스플레이 CEO 시절 그는 애플 아이폰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애플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맺었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는 LG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구 회장 체제의 안착에 기여했다. 2021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공개(IPO) 등을 이끌며 오늘날 LG의 배터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조만간 기업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그룹 등이 권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최측근이면서도 구광모 회장의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던 그의 용퇴에 대해 ‘구광모 시대’로 본격적 세대교체 신호탄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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