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2부 강등 위기, 수원 삼성이 어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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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몰린 수원 삼성 선수들이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을 1-0으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은 과연 1부 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강등권 생존 경쟁의 결과는 최종전인 38라운드 경기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수원 삼성은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파이널B(7~12위 그룹)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라이벌 FC서울을 1-0으로 물리쳤다. 최하위(12위)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승점을 32점(35득점)으로 끌어올리며 11위로 한 계단 내려앉은 지역 라이벌 수원 FC(승점 32·43득점)와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수원 FC는 같은 날 강원 FC에 0-2로 완패하며 서로 순위를 바꿨다. 10위로 올라선 강원(승점 33)과 수원 삼성의 격차도 ‘승점 1’에 불과하다.

K리그1 최하위 팀은 다음 시즌 K리그2(2부 리그)로 자동 강등된다. 10위와 11위는 2부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 1부에 잔류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파이널B의 7위 서울(승점 54), 8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50), 9위 제주유나이티드(승점 40)는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했다. 36라운드를 기준으로 수원 FC가 승점 32로 10위, 강원이 승점 30으로 11위, 수원 삼성이 승점 29로 최하위였는데, 37라운드에서 수원과 강원이 나란히 승리하고 수원FC가 패하면서 강등권 팀들이 막판 대혼전에 빠졌다.

수원 삼성은 이참에 반전 드라마를 쓰면서 1부에 잔류하는 게 목표다. 1995년 창단한 수원 삼성은 K리그 구단 중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1부 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네 차례나 들어 올린 명문이다.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은 다섯 차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도 두 차례 경험했다. 하지만 최근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다섯 시즌 동안 6-8-8-6-10위에 머물렀고, 이번 시즌엔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리그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

K리그1 강등권 경쟁

수원 삼성의 운명은 다음 달 2일 열리는 최종 38라운드에서 결정된다. 수원 삼성과 강원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하고, 같은 시간 수원FC는 제주를 안방인 수원종합운동장으로 불러들여 맞대결을 펼친다. 수원 삼성이 강원을 꺾으면 ‘꼴찌 탈출’에 성공하면서 다이렉트 강등을 피한다. 비길 경우엔 수원FC가 제주에 지길 바라야 한다. 수원 삼성이 강원에 패하면 무조건 최하위 확정이다. 반면 강원과 수원 FC는 무승부 이상만 거두면 다이렉트 강등을 피한다.

염기훈(40) 수원 감독 대행은 “우리는 아직 꼴찌다. 강원의 상황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 다른 팀 처지를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 힘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강등을 면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2부에선 군팀 김천 상무가 우승을 차지하며 한 시즌 만에 1부 승격에 성공했다.

한편 강원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정협(32)은 25일 수원 FC전에서 당일 새벽 별세한 장인을 추모하는 ‘눈물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정협은 이날 오전 비보를 접했지만, 장인의 유지에 따라 경기에 뛰었다. 그는 수원 FC를 상대로 전반 19분 결승골(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득점 후 이정협은 얼굴을 감싼 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이후 눈물을 훔치고는 양손을 치켜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정협은 경기 직후 강릉에 마련된 장례식장으로 이동해 만삭인 아내 대신 조문객을 맞이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