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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딸 의혹 제기 교수에 "공작"…박형준 2000만원 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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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시장 선거를 앞두고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직 교수에 대해 “비열한 선거공작” 등의 발언을 했다가 2000만원을 물어주게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4-1부(부장 김성훈)는 지난 24일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가 박 시장을 상대로 “4000만원을 배상하라”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20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은 김 전 교수를 겨냥한 박 시장 측의 기자회견과 선대위의 각종 성명에 대해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박형준 시장이 지난 3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교육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박형준 시장이 지난 3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교육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김 전 교수는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그 해 3월 당시 시장 후보로 나선 박 시장을 겨냥해 박 시장 딸이 20여년 전 홍익대 미대 입학 실기 시험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딸이 외국인 재학생 특례 편입학 전형으로 실기 전형을 봤고, 선배 교수가 “잘 봐줘야지”라며 박 교수 딸이 그린 그림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바로 “딸은 홍익대 입시에 임한 적도 없다. 근거도 없이,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묻지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흑색선전이자 비열한 선거공작”이라고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 시장 선대위 역시 김 전 교수를 두고 “기억이상자, 궤변을 하는 사람, 편집증 환자, 하루가 멀다고 매번 기억이 바뀌는 사람” 등으로 지칭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그러자 김 전 교수는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 시장 측을 상대로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 시장 측의 발언에 대해 “박 시장 측이 의혹을 해소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과장되고 단정적인 용어를 선택해 발언을 하거나 이 사건 각 성명을 발표했더라도, 그 표현이 표현의 자유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국민도 (박 시장 측의) 그런 주장은 정치 공세로 치부할 뿐 그대로 믿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원고의 인격을 존중하지 아니하고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한 것”이라며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999년 2월 박 시장의 딸이 실제로 홍익대 미대 실기 시험에 지원했던 사실도 고려했다.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방송 등을 통해 박형준 시장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3월 유튜브 방송 캡쳐.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방송 등을 통해 박형준 시장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3월 유튜브 방송 캡쳐.

 2심 재판부는 아울러 “(김 전 교수가)약 20년 전 일을 기억에 의존해 말했는데 인터뷰 상당 부분이 사실임이 확인됐고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문제가 된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박 시장 측은)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었지만 이와 같은 노력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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