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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은 대구, 목표는 '월드 클래스'…지역 자존심 세운 이 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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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MORE:단색조 넘어, 너머로' 전시장에 선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HERE&MORE:단색조 넘어, 너머로' 전시장에 선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구 대봉동에 자리한 리안갤러리는 지역 화랑 중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에 독립된 전시가 가능한 전시실이 3개(전시 면적 462㎡·140평)다. 여기에 교육실(세미나실)까지 갖췄다. 서울 서촌에도 최근 증축한 리안갤러리가 있지만, 본점은 명실공히 대구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 인터뷰 # 2007년 개관해 17년 간 급성장 #한국 작가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 #"지역에서 출발, 세계 최고 목표" # 대구 신관 새로 짓고, 서울은 증축

리안갤러리가 지난 9월 대구에 새 전시 공간을 열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신관 개관을 기념해 독일 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83) 전시를 연 데 이어 지난 2일부터는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씨가 기획한 전시 'HERE&MORE:단색조 넘어, 너머로'를 열고 있다. 김근태(70), 김춘수(66), 김택상(65), 남춘모(62), 이진우(64) 등 요즘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중견 작가 5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9월부터 대구 본점에서 열린 두 개의 전시는 앞으로 이 갤러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대구에서 세계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실력파 국내 중견 작가들을 해외에 널리 알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크뇌벨은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탈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예술가' 중 항상 10위 안에 드는 작가이고, 현재 전시 중인 작가 5인은 '단색화 열풍' 이후 한국미술을 대표할 이들로 꼽힌다.

리안갤러리는 2007년 3월 앤디 워홀 전시를 열며 출발했다. 2013년 서울 지점을 열었고, 2014년부터 홍콩 아트바젤에 참가해왔다. 이어 알렉스 카츠,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살레, 엘리자베스 페이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열며 한국의 대표 화랑으로 급속도로 부상했다.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는 안혜령 대표를 가리켜 "이 지역(대구)의 자랑스러운 후원자(a proud booster of the city)"라고 직접 소개했다. 대구 전시장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지난 9월 개관한 대구 리안갤러리 본관 전경.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사진 리안갤러리]

지난 9월 개관한 대구 리안갤러리 본관 전경.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사진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개관전으로 열린 열린 독일 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 전시 전경. [사진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개관전으로 열린 열린 독일 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 전시 전경. [사진 리안갤러리]

리안갤러리 전속 작가 김택상의 회화. [사진 리안갤러리]

리안갤러리 전속 작가 김택상의 회화. [사진 리안갤러리]

이진우,'Untitled',P 23-32, 2023,Mixed media with Hanji on Linen,184x230cm. [사진 리안갤러리]

이진우,'Untitled',P 23-32, 2023,Mixed media with Hanji on Linen,184x230cm. [사진 리안갤러리]

개관 17년 만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늘 '지역화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출발할 때부터 '최고'를 염두에 뒀다. 최고 수준의 전시를 열고 뛰어난 작가를 지속해서 소개한다면 언젠가 알아줄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가장 큰 성과는.  
개관 이후 성장을 지속해오며 지금 8명의 전속 작가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갤러리는 전시만 여는 곳이 아니다. 전속 작가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 실력파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작가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작품 판매가 부진하면 저희 갤러리가 작품을 매입하는 것도 계약 조항에 일부러 넣었는데, 판매가 활발하다 보니 여태 그럴 일은 없이 여기까지 왔다. 

안 대표는 컬렉터 출신이다.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하다 1980년대 중후반에 수집을 시작해 서울과 대구 주요 화랑을 휩쓸며 작품을 모아왔다. 그러다 2006년 대구 대표 화랑이던 시공갤러리 대표가 갑자기 타계하면서 갤러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이곳을 인수해 갤러리를 개관했다.

2007년 개관전이 앤디 워홀 전시였다.
개관 당시 대구에선 '이왕이면 지역 작가를 소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제 생각은 달랐다. 지역 작가만 모아서 전시하면 크게 주목받겠나. 그것은 마케팅 차원에서 오히려 실패다. 세계적인 작가 전시를 통해 우리 화랑 이름을 서울은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워홀 전시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안 대표는 갤러리가 성장해온 가장 큰 비결로 "작품 보는 안목과 더불어 세계적인 작가 전시 개최와 국내 작가 발굴·전시를 병행해온 점"을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까다로운 컬렉터 입장에서 작가와 작품을 고른다"며 "또 해외 작가 전시를 열며 세계 정상 갤러리를 상대하며 일해온 과정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관 규모가 꽤 크다.   
기존 건물이 협소해 늘 아쉬웠다. 천장 높이 9m에 달하는 주 전시장까지 갖췄으니 이제 대작도 보여줄 수 있다. 지하 전시장에선 전속 작가들 작품을 상설로 전시할 예정이다. 4층 강의실도 제가 꿈꿔오던 공간이다. 여기서 미술·건축 등을 주제로 최고의 강사를 모시고 교육 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다.
대구 리안갤러리 교육실. 강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사진 리안갤러리]

대구 리안갤러리 교육실. 강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사진 리안갤러리]

김춘수 화백의 작품이 걸린 대구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 리안갤러리]

김춘수 화백의 작품이 걸린 대구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 리안갤러리]

김근태,'Discussion-2023-86,203],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사진 리안갤러리]

김근태,'Discussion-2023-86,203],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사진 리안갤러리]

남춘모, 'From Line' 1609,2023, Acrylic on coated fabric, 210x197x10cm.[사진 리안갤러리]

남춘모, 'From Line' 1609,2023, Acrylic on coated fabric, 210x197x10cm.[사진 리안갤러리]

안 대표는 이어 "대구에 적잖은 컬렉터가 있고, 대구 컬렉터들은 작품 보는 안목이 굉장히 높다"며 "크뇌벨 전시를 연 것도 그런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대구에서 이런 전시를 거뜬히 소화해낸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현재 전시 중인 5인 외에도 윤희, 이광호, 신경철 등 8인의 소속 작가를 세계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일"이란다. 이미 성과도 보았다.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인 이건용(80) 화백이 그 예다. 갤러리현대와 리안갤러리 공동 소속인 이 화백은 지난해 세계적인 페이스갤러리 전속 작가가 되었고, 지난 7월 뉴욕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 전시 중인 작가들에 해외의 관심도 남다르다. 남춘모 화백은 이미 해외 컬렉터 사이에 인기를 굳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전시 이후 세숑 갤러리 등을 통해 활발하게 전시 중이다. 김택상 화백의 작품은 해외 갤러리 리만머핀과 에스터쉬퍼에서 선보이고 있으며, 국내외 다수 컬렉터가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김근태 화백은 지난 8~9월 도쿄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데 이어 최근 뉴욕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고, 이진우 화백도 세계 정상급 갤러리와 전시 논의 중이다.

안 대표는 "미술시장은 절대 혼자서 저절로 크지 않는다. 우선 국가 위상이 높아져야 하고,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가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미술 전성기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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