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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SSG의 스토브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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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화로 이적한 김강민. 뉴스1

한화로 이적한 김강민. 뉴스1

우승팀이 불과 1년 만에 혼란에 빠졌다. SSG 랜더스가 어지러운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SSG는 25일 "최근 감독·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의 보직을 R&D센터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시즌 종료 이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다. 김성용 전 단장은 불과 1년 만에 원래 보직인 R&D센터장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SSG는 정규시즌 3위에 올랐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졌다. 이후 플레이오프 도중인 10월 31일 김원형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기간 2년이나 남은 감독을 '자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SSG 구단은 "성적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팀의 방향성과 김원형 전 감독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운영 전반과 선수 세대교체 등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야구계에선 SSG측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했다.

SSG가 30대 중후반 선수 위주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나 우승까지 간 것은 베테랑의 힘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단 구성은 프런트의 몫이다. 추신수 영입, FA 및 다년 계약 등으로 선수단 평균연령을 올린 건 구단의 선택이었다. '성적 부진'이라고 설명했다면 문제 없지만, 세대교체를 이유로 내세운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후속조치도 깔끔하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이 물러난 뒤 이호준 LG 트윈스 코치의 감독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코치는 결국 LG에 남게 됐고, 이숭용 감독이 선임됐다. 타구단에서 해외 연수를 보낸 손시헌 2군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SK 와이번스(SSG 전신) 시절부터 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이 팀을 떠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강민이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

김강민이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

무엇보다 김강민을 떠나보낸 건이 결정적이었다. 2001년 SK에 입단한 김강민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한화에 지명됐다. 한화는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된 김강민을 지명했다. 일각에선 '불문율'을 거론하지만, 한화의 당연한 권리다. 한화도 2012시즌 뒤 은퇴를 고민하던 박찬호를 보호선수 명단에 넣었고, 결국 박찬호는 은퇴했다.

SSG 구단은 "김강민과 은퇴와 현역 연장, 은퇴식 시점 등까지도 논의하던 터라 타 구단에서 김강민을 지명할 줄은 몰랐다.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강민을 35인 보호선수 명단 안에 넣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구단들은 은퇴 예정인 선수를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 타 구단에 전달했다. 한화가 정우람을 플레잉 코치로 선임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SSG는 그러지 않았다.

김강민의 지난 시즌 성적은 타율 0.226, 2홈런이다. 수비력은 여전하지만 타격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SSG가 선수로서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보호 선수 명단에 넣어야 했다. 혹은 은퇴 이후 과정에 대해 빠르게 논의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원클럽맨'을 놓치고 말았다. 감독 해임 및 선임 등 앞서 생긴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신경쓰지 못한 탓이다. 결국 현역 의사가 더 강했던 김강민은 고민 끝에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했다.

SSG는 "빠르게 객관적인 인선 기준을 마련해 후보군을 선정한 뒤 신규 단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단장 역할은 민경삼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팡질팡했던 SSG의 행보를 바라본 팬들의 눈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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