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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맛재킷'에 숨은 욕망…싸다고 무조건 사는 시대 지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디올맛재킷, #셀린느맛카디건. 최근 패션 블로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시태그들이다. 디올이나 셀린느 같은 명품 브랜드와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더 저렴한 SPA 브랜드 혹은 스포츠 브랜드 제품 소개에 붙는 표현이다.

2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 현상과 젊은 층의 실속 소비 트렌드가 더해져 ‘프리미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만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돈을 아끼면서 품질도 포기하지 않는 진화한 가성비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이를 ‘프리미엄 짠테크’로 정의하며 새로운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다.

신세계백화점 뷰티 편집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PB 브랜드인 시코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뷰티 편집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PB 브랜드인 시코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

“돈은 아끼고 싶지만 품질도 포기 못 해”
‘디올맛재킷’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수석연구원은 “명품 브랜드의 아이코닉한(특정한 이미지) 트위드 재질, 스트라이프 무늬, 색상 등을 비슷하게 구현한 중저가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고품질 제품이라면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발 빠르게 소비한 뒤 당당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역시 최근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품질을 모두 잡으려는 소비자 니즈와 자체 제품 ‘퀄리티(질)’ 높이기에 주력하는 기업 전략이 만나 PB(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유통 업계에 따르면 2008년 3조6000억원 수준이던 전체 PB 시장은 올해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SNS에서 추천템을 검색하자 게시물들이 다수 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추천템을 검색하자 게시물들이 다수 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고품질 제품이면 브랜드 가리지 않아

이마트 PB 브랜드인 노브랜드 제품의 올해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품목별 증가율을 보면 면류(25.5%), 과자(25.1%), 냉장·냉동식품(14.9%), 우유(9.3%) 순이다. 최근 연간 매출은 2019년 8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00억원으로 53% 신장했다.

홈플러스의 올 1~10월 PB 매출 역시 3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2% 늘었다. 롯데마트도 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PB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 따르면 면류(25.5%), 과자(25.1%), 냉장·냉동식품(14.9%), 우유(9.3%)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질 좋은 인기 PB 제품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최애 상품’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한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PB 브랜드 피코크는 맛집과 협업으로 ‘초마짬뽕’ 등의 히트작을 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조미료를 넣는 대신 참깨나 커피 등을 볶을 때 쓰는 기계에 재료를 넣어 웍에서 볶는 불맛과 향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우유 가격 인상 등으로 케이크 가격이 오르자 각 나라에서 직접 공수한 이탈리아 티라미수, 프랑스 비스킷,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자체브랜드(PB)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자체브랜드(PB)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상품 자체 매력 중요, PB 제품 인기

편의점들은 현지 와이너리와 손잡고 PB 와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GS25가 2018년 호주 남동부 와이너리 ‘쏜클락’과 손잡고 개발한 네이쳐사운드 호주 쉬라즈는 지난달 편의점 업계 최단 기간 누적 판매량 200만 병을 돌파한 이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CU는 PB 우유인 ‘헤이루 가공유’의 원유 함유량을 일반 우유(50%)보다 훨씬 높은 79%까지 높여 풍미를 살렸다.

뷰티 업계에서도 프리미엄 가성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PB 브랜드인 시코르는 2017년 출시 이후 매해 두 배가량 성장했으며, 올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유다나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MD팀 파트너는 “최근 소비 동향을 보면 상품 자체의 매력도가 크게 중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단순히 가성비 상품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리서치 총괄은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짠테크 챌린지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영리한 소비자들은 이제 짠테크에서 한 단계 나아간 프리미엄 짠테크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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