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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재용 '조기인사' 카드 꺼냈다…내일 사장단 인사 유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이르면 27일 내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확정 지어 선제적으로 사업 전략을 세우고,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일부 경영진에 ‘퇴임’ 통보 #예년보다 7~10일 빠르게 인사 가능성 #조기에 수뇌부 구성해 신년 사업 착수 #SK는 내달 초…‘4인 부회장’ 거취 관심

26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는 지난 24일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통해 일부 현직 임원진에게 계약 종료(퇴임) 통보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에 따라 올해는 11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는 27일로 사장단 인사 발표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년 12월 초에 최고경영진 인사를 실시해왔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2019년을 제외하면 모두 12월 첫째 주 초에 사장단 인사를 내고, 1~2일 후 후속으로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지난해는 12월 5일, 2021년은 12월 7일이었다. 이후 조직 개편을 확정하는 순서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조기 인사설’이 삼성 안팎에서 확산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주년을 맞아 내는 인사인데다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이 겹치면서 인사·조직 쇄신을 통해 역동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업 면에서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가 글로벌 업황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바꿔야 한다’는 대내·외 의견이 거셌다. 이에 따라 올해는 삼성의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가 최고경영진 인사를 평소보다 7~10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인사 폭과 관련해서도 ‘파격이냐’ ‘안정이냐’를 두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최근엔 대대적인 변화보다 안정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계열사 이동) 2명 등 총 9명 규모였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안정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이재용 회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삼성은 정현호(63)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 체제를 일단 유지할 전망이다. 또 2021년 말 선임된 한종희(61)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60) 반도체(DS) 부문 사장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왼쪽)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왼쪽)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사진 삼성전자

다만 또 다른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인사 폭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 승진 및 업무 변경, 퇴임 및 관계사 이동 대상자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DX 산하에 있는 모바일(MX)사업부의 노태문(55)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기존 한종희·경계현 2인 체제에서 3인 대표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X사업부는 최근 갤럭시Z 플립5와 갤럭시Z 폴드5 등이 프리미엄 폴더블폰 시장 형성에 기여했다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월 사장에 오른 그는 세대교체 기조에도 부합한다. 이 밖에도 DS 부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홍경(58)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직 개편도 ‘변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그룹의 규모와 사업 범위가 거대해지면서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현재는 전자 계열사 중심의 사업지원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 제고팀, 삼성물산 EPC 사업경쟁력강화TF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일부에선 현재 사업지원TF가 승격돼 그룹의 지휘·조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그룹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실제 관련 논의는 내년 1월 26일 ‘부당 합병’ 1심 선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하긴 어렵겠지만, 쇄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신상필벌 원칙으로 핵심 인사나 사업 조직에 변화를 주고, 1980년대생의 젊은 기술 인재를 대거 발탁해 ‘안정 속 혁신’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재계 인사들과 프랑스 파리를 찾았던 이재용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이후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사진 SK

왼쪽부터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사진 SK

한편 재계 2위인 SK그룹도 최근 수뇌부 인사안을 검토하고, 시나리오별로 인사 수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면서 엑스포 유치 막판 총력전에 주력하고 있어 인사 시기는 당초 예정됐던 11월 말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다음 달 7일 발표가 유력하지만 성과 검증, 서류 검토와 이사회 개최 등을 고려하면 내달 14일까지 인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그룹 인사의 최대 관심은 ‘부회장단 4인’의 거취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1960년생), 장동현 SK㈜ 부회장(1963년생),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1961년생),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1963년생)은 지난해 모두 유임됐지만 올해는 이들 중 일부가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부회장단은 최태원 SK 회장이 ‘내 사람’으로 뽑은 인사로 그룹의 부침을 함께 해왔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한 명이 물러나면 모두 같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원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경우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의 중책인 만큼, 현 부회장 중 한 명이 맡게 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재계에선 SK 부회장단 중 몇 명이 교체되든, 조 의장을 제외한 모두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그룹 전체의 인사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신임임원 패널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신임임원 패널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SK

앞서 LG그룹은 지난 24일 LG전자를 끝으로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LG는 ‘44년 LG맨’으로 그룹의 2인자로 평가받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나고, 신임 CEO에 권 부회장보다 12세 아래의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이 선임되는 등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또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이 퇴진하는 등 신상필벌의 원칙도 반영하며 쇄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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