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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미군기지 찍었다?…"김정은 만리경, 탱크·車도 구별 못할 수도"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북한은 기습적으로 위성을 발사하고 다음 날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참관 하에 전날 밤 10시 42분 28초에 평북 철산군 위성 발사장에서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후속보도로 김정은이 ‘만리경 1호가 촬영한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을 봤으며, 이제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틀어쥐었다’면서 ‘더 많은 정찰위성들을 운용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오후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오후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한 우리의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만리경-1호’ 위성의 성능(해상도)이 3~5m급의 해상도라며 지상의 물체가 자동차인지 탱크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됐다. 북한의 의도에 말려 들어가는 과대평가다. 위성사진에서 적용하는 ‘해상도(resolution)’ 정의에 의하면 3~5m급 위성사진으로는 자동차와 탱크를 구별할 수 없다. 3~5m급 크기의 자동차나 탱크가 각각 1개의 점, 즉 화소를 결정하는 최소단위인 픽셀(점)로 위성사진에 나타난다는 의미다. 점으로 나타나는 자동차나 탱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한에게 유리한 해석이다. 실무적으로 고해상도 군사위성사진이나 저해상도 위성사진을 접하지 못한 데 따른 오류로 보인다.

김정은이 말한 대로만리경-1호 위성이 ‘만리를 굽어볼 수 있는 눈’이라고 말한 표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굽어보다’는 사전적으로 높은 산에서 아래쪽 저 멀리 펼쳐지는 전망을 내려다본다는 뜻으로 세밀하게 물체의 종류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데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보았다는 이른바 ‘만리경-1호’가 촬영한 괌 앤더슨 기지 위성사진의 해상도는 어느 정도일까. 과연 군사적 가치가 있는 이른바 표적으로 사용할 정도의 해상도일까? 아니면 계획된 시나리오에서 나온 기만전술은 아닌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북한 지역에 배치된 포나 땡크의 종류, 예를 들어 일반 트럭인지. 방사포인지, 또는 연평도 포격도발 주력인 122㎜ 방사포인지, 수도권을 위협하는 240㎜ 방사포인지, 자주포인지 탱크인지,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진지에 이스칸데르형(KN-23) 미사일이나 초대형방사포(KN-25) 몇 대가 갑자기 은밀하게 배치되는지 여부 등을 분별해 대비토록 조기경보를 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는 최소한 30㎝ 이내의 고해상도만이 가능하다. 40~50㎝급 해상도로도 무기종류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 군사용어로 말하면 위협인 군사무기 종류를 분별할 수 있는 위성이어야만 군사적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30㎝급 이내의 고해상도 군사정찰 위성사진이라도 최소 5~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된 영상전문 판독관과 정보분석관만이 평가 및 판단이 가능한 전문분야다.

김정은 뷱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딸 김주애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김정은 뷱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딸 김주애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이런 측면에서 ‘만리경-1호’는 오늘날 선진국에서 운용하는 기상이나 지구관측 목적인 소형위성의 성능에도 미달하는 시험용 위성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일단 ‘만리경-1호’ 위성의 무게가 300㎏ 내외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로는 사실상 군사적 가치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위성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고해상도 센서를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국의 군사정찰위성은 중대형(1~20t)이다.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해 온 탄도미사일 기술로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탑재체인 위성의 센서 성능은 서브미터급(1m급 이내 해상도)에 이르기에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촬영한 위성사진을 판독하는 영상전문가를 양성하는데도 관련 데이터 축적과 판독능력 숙련도 때문에 장기간이 걸린다. 또한 위성에서 사진을 촬영한 데이터를 지상 수신소로 전송하는 데이터 송수신 기술도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이라서 이전이 쉽지 않다. 러시아가 핵심기술과 핵심부품(센서)을 쉽게 이전할 리는 없지만 설마 제공했다 하더라도 설계에 반영하여 제작한 위성을 그렇게 빨리 발사하기에는 제한되는 곳이 바로 우주영역이다.

‘천리마-1형’에서 ‘천리마’는 1956년 김일성이 전후복구를 독촉하기 위해 만들어 낸 ‘천리마 운동’에서 따왔으며, 공산주의식 투쟁정신과 속도전을 의미한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김일성 시대를 불러오는 하나의 상징어인 셈이다. 위성체인 ‘만리경’은 김정은이 김일성을 흉내 내며 만들어낸 ‘만리마 운동’에서 나왔으며, 김일성과는 다른 자신의 위성발사 위업으로 부각하려는 선전선동용 통치용어로도 보인다.

2020년 7월 20일(현지시간) 최초의 독자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가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방위사업청

2020년 7월 20일(현지시간) 최초의 독자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가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방위사업청

필자의 경험에서 볼 때 북한이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위성은 김정은의 통치목적 면에서 선전선동술에 부합하는 군사정찰위성일지는 모르나 군사적 성능 면에서는 아직 ‘군사정찰위성’에 훨씬 못 미친다. 이달 말 발사 예정인 우리 군의 425 정찰위성(해상도 30㎝)이 진짜 군사정찰위성이다. 따라서 우리가 ‘만리경-1호’를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군사정찰위성이라고 불러주기보다는 그냥 소형위성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기만과 선전선동술에 넘어가거나 끌려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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