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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오픈AI 미래 이끌 ‘혁신의 자유’ 가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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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35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지난 17일은 인류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1년 전 챗GPT로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비영리기업 오픈AI의 이사회가 CEO 샘 올트먼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사들에게 솔직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진 이유다. 이후 주말 내내 전 세계는 오픈AI와 올트먼을 둘러싼 국면의 전개에 주목했다. 이 드라마는 닷새 만에 올트먼의 CEO 복귀와 새로운 이사회 구성으로 일단락됐다.

130억 달러를 오픈AI 자회사인 오픈AI LP에 투자해 이 유한 자회사의 49%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트먼 해고 바로 직전에 통지를 받았다. MS CEO 사티아 나델라와 오픈AI LP 투자자들이 나서서 올트먼의 CEO 복귀를 종용했다. 특히 나델라는 올트먼과 이사회 의장에서 축출된 그렉 브록먼에게 MS의 새로운 AI연구소를 세우는 책임을 맡기고 오픈AI 직원들은 모두 채용하겠다고 제안해 오픈AI 이사회와의 협상에서 올트먼을 지원했다. 반면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을 CEO로 복귀시키는 대신 임시 CEO로 지명했던 CTO 미라 무라티도 외부의 임시 CEO로 대체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사회, 17일 올트먼 일방적 해고
직원 등의 거센 반발 부닥쳐 철회
우리도 혁신 가치 중요성 되새겨
글로벌무대 선도 역할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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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MS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나델라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나델라와 올트먼 두 사람이 그동안 쌓은 신뢰 없이는 이런 제안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올트먼이 CEO로 복귀하지 못해 오픈AI의 많은 인재들이 MS로 옮기게 되면 MS는 오픈AI를 실질적으로 인수하는 효과를 가지게 됐을 것이다. MS 입장에서는 오픈AI LP 투자금 130억 달러의 손실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860억 달러까지 값이 오른 오픈AI를 인수할 경우 거쳐야 할 반독점 검증의 부담 없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신의 한 수이기도 했다. 반면 오픈AI 이사들은 지난 7년 동안 AI를 선도하는 우수 인재들을 모아 만든 세계 제1의 AI 회사를 스스로 붕괴시켰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오픈Al 직원들도 단결해 이사회를 압박했다. “오픈Al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회사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모델을 개발하고 AI의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척했습니다. AI의 안전성과 거버넌스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전 세계적인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지금만큼 가장 강한 위상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770명의 직원 중 700명 이상이 서명한 이사회에 보낸 연판장은 이렇게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판단력과 직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사 전원이 물러나고 올트먼과 브록먼을 복귀시키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두 MS로 이직할 것이라고 이사회를 압박했다. 올트먼의 해고에 동참했던 수석과학자 일리아 수츠케버 이사도 올트먼을 해고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면서 같이 서명했다.

2019년 MS와 함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로는 첫 번째로 오픈AI에 투자한 코슬라 벤처의 설립자 비노드 코슬라도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헬렌 토너를 예로 지칭하며 조지타운 ‘안보 및 신기술 센터장’ 같은 그럴듯한 타이틀을 가진 오픈AI 이사들이 창업가가 겪는 혁신의 복잡한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이타주의’라는 종교를 오픈AI에 잘못 이식해 혁신 기업이 가야 할 길을 거꾸로 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트먼 같은 경험을 갖춘 창업가가 비전을 가지고 기득권에 도전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를 풀어내는 CEO가 이끄는 회사가 최고의 회사라면서 올트먼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코슬라는 AI의 안전성 등 알려진 문제는 혁신을 통해 문제들을 빠르게 극복하는 길 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I에 대한 이 현실주의적 입장은 오픈AI의 영리 자회사에 투자한 세콰이어 캐피탈이나 a16z 같은 실리콘밸리의 선도 혁신자본이 공유하는 입장이다.

코슬라는 창업가인 애덤 디엔젤로 이사가 마음을 돌려 이사회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엔젤로는 새로 구성된 오픈AI 이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이사다.

이번에 터진 오픈AI의 문제는 안전한 AI를 연구개발해 누구나 혜택이 가도록 하자는 이상주의적 목표를 가지고 7년 전 비영리기업으로 출발한 오픈AI가 유한 자회사를 설립해 혁신 자본을 끌어들이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식을 배당한 특이한 지배구조 때문에 잠재된 것이었다.

새로 구성된 오픈AI 이사회는 스탠퍼드에서 컴퓨터과학 학석사를 한 후 연쇄적으로 창업하고, 메타의 CTO, 세일즈포스닷컴의 공동 CEO를 역임한 브렛 테일러가 이끌게 된다. 또한 재무부 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했던 래리 서머스가 새로운 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해 블룸버그에 출연해 챗GPT는 인쇄술의 발명에 맞먹는 인류의 심오한 혁신이라는 견해를 밝힌 경제학자다. ‘혁신의 자유’ 가치를 존중하는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이사들이 오픈AI의 발전을 잘 이끌 것을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핵심에 뛰어난 인재와 혁신자본 확보가 있음을 인지하고 글로벌무대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전략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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