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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삼성 축구단이 2부리그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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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34면

정영재 문화스포츠에디터

정영재 문화스포츠에디터

한국 프로축구(K리그)는 프로야구(KBO리그)와 달리 ‘강등-승격’ 제도가 있다. K리그1(1부리그) 하위 팀과 K리그2(2부리그) 상위 팀이 매년 자리를 맞바꾼다. KBO리그가 축제 분위기로 가을야구(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K리그에서는 시즌 막판 살벌한 ‘단두대 매치’가 벌어진다. K리그1 최하위(12위)는 다음 시즌 2부로 자동 강등되고, 11위는 2부 2위, 10위는 2부 3~5위 플레이오프 승자와 각각 맞대결을 벌여 이긴 팀이 1부에 남는다.

1부 최하위, 강등 현실로 다가와
모기업 의존 벗고 자생력 키워야

지금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다. 지난해 10위였던 수원 삼성은 2부 안양 FC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스코틀랜드로 떠난 오현규(셀틱)의 연장 후반 결승골 덕분에 간신히 강등을 면하고 잔류한 바 있다. 올해도 ‘승강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됐는데, 더 딱한 건 자동 강등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원 삼성은 2경기만을 남긴 K리그1에서 최하위(승점 29)에 머물러 있다. 25일 라이벌 FC 서울의 홈에서 원정경기를 치르고, 12월 2일에는 11위 강원(승점 30)과 최종전을 벌인다. 1995년 창단한 수원 삼성은 리그 우승 4회, FA(축구협회)컵 우승 5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찬란한 업적을 쌓아 왔다.

‘일등주의’를 표방했던 삼성 스포츠단에서 ‘꼴찌’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22~23 시즌 14승 40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최하위를 했다. 올 시즌도 8연패를 당하는 등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8연속 우승에 빛났던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역시 최하위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형편은 비슷하다. 2011~15년 정규시즌 5연속 1위(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를 했던 ‘왕조’ 삼성의 올해 성적은 8위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위는 9-9-6-8-8-2-7위다.

삼성 스포츠단의 성적 부진은 당연히 투자 축소 때문이다.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거나 각 계열사가 운영하던 스포츠 팀의 관리 주체가 2014년부터 제일기획으로 통합됐다. 더 이상 큰돈을 들여 ‘1등 스포츠단’을 유지하는 게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삼성은 판단했다.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게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유라 승마 지원’으로 뇌물 혐의를 받아 구속되고 옥고를 치렀다. 삼성스포츠단 임원 출신인 A씨는 “그 사건을 계기로 삼성은 ‘도와주고도 욕먹고 벌 받는’ 스포츠에 정나미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스포츠 사랑’은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 절정이었다. 고교 때 레슬링 선수로 뛰었던 이 회장은 16년간(1982~97)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았다. 그 시절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금메달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프로 종목뿐만 아니라 육상·탁구·배드민턴 등 삼성이 손을 대는 아마 종목마다 지원도 성적도 일등이었다.

풍요로운 시절은 가고 삭풍이 부는 겨울이 왔다.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수원 삼성 서포터들은 “이 따위로 지원하려면 차라리 매각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이 ‘계륵’으로 여기는 축구단을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는 냉정하게 매각하고 손을 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매각되든, 2부로 떨어지든, 1부에 잔류하든 ‘삼성 축구단’은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대기업 산하 스포츠단도 모그룹만 쳐다보는 의존성을 버리고 자생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K리그 2연속 우승을 거둔 울산 현대는 모그룹(현대중공업) 지원을 빼고도 올해 100억원이 넘는 마케팅 수입을 올렸다. 포스코의 지원이 해마다 줄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도 FA컵 우승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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