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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모신 '거물 소방수'…잘 나가는 서머스가 못 이룬 소원

중앙일보

입력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전 하버드대 총장. 오픈AI의 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사진은 2016년 일본의 경제 관련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블룸버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전 하버드대 총장. 오픈AI의 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사진은 2016년 일본의 경제 관련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블룸버그

하버드대 총장에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68)가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했다. 오픈AI 이사직이다. 지난 17일부터 샘 올트먼 사태로 IT업계를 뒤흔든 바로 그 오픈AI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뉴스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서머스가오픈AI의 새 이사로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샘 올트만 사태의 시발점인 오픈AI 이사회의 개편에서 서머스가 깜짝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서머스의 본명은 로런스이지만 '래리'로 불린다.

오픈AI의 기존 이사회는 지난 17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깜짝 해임했다가 사내외 거센 후폭풍에 입장을 번복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픈AI 현 상황에서 서머스는 중심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이사회 개편으로 오픈AI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서머스 장관과 함께 오픈AI 이사로 일하게 된 인물은 클라우딩 컴퓨팅 기업인 세일스포스의 CEO인 브렛 테일러, 온라인 지식문답 서비스 기업인 쿼라의 CEO 애덤 드앤젤로다. 테일러와 드앤젤로 모두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8년부터 오픈AI 이사로 일해온 드앤젤로는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이 속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와 돈독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머스라는 퍼즐은 인공지능(AI) 업계엔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깜짝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AP=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깜짝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AP=연합뉴스

서머스 본인은 AI와 IT업계에 관심이 크다. 지난 4월 엑스(옛 트위터)엔 ”(대화 생성형 AI인) 챗GPT가 점점 강력해저 의사나 은행가, 작가 등의 업무 방식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인 잭 도시가 창업한 온라인 결제 회사인 블록의 이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서머스가챗GPT의 본산인 오픈AI에서 기술적 전문성을 떨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머스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그의 정·재계 폭넓은 인맥과 챗GPT를 포함한 AI에 대한 앞으로의 정부 규제 등의 이슈를 다루는 데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인선에 대해선 “오픈AI의 재정비에 적임자”(WSJ) “깜짝 발탁”(뉴욕타임스) 등의 평가가 나온다. AI의 등장을 두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할 것이니만큼, 오픈AI로서는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는 경제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의 재정 정책을 총지휘하는 재무장관을 지낸 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9년이다. 월드뱅크(WB)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그는 재무부로 옮겨 부장관까지 지냈고, 1999년 장관실에 입성해 2001년 1월 클린턴과 함께 임기를 마쳤다. 직후엔 하버드대 총장으로 2006년까지 일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 시절인 1999년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서머스. [중앙포토]

미국 재무부 차관 시절인 1999년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서머스. [중앙포토]

그런 그도 한 가지 못다 이룬 꿈이 있으니, 미국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의장이다. 경제의 두 축을 이루는 것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인데, 재무부 장관으로서 후자는 다뤄봤으니 중앙은행이 호령하는 통화 정책에도 욕심을 낸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의 2013년 보도에 따르면 그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Fed 의장으로 고려하던 유력 후보이기도 했다. 서머스 본인의 야심도 상당히 강했다는 게 NYT의 보도다. NYT의 보도엔 “Fed 의장이 되고 나면 개인적 자산을 쌓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당시 의장이던) 벤 버냉키의 임기가 2014년 끝날 때까지 바짝 벌자(moneymaking spree)는 게 서머스의 생각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서머스는 결국 Fed 의장이 되지 못했다. 그 자리는 2014년 재닛 옐런에게 돌아갔다. 옐런은 현재 미국의 재무장관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은 그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일하던 2017년, 의회에 출석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은 그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일하던 2017년, 의회에 출석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서머스가 옐런에게 Fed 의장 자리를 내준 건 공교롭다. 옐런은 Fed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인데, 서머스는 2006년 성차별 발언으로 하버드대 총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성별에서 오는 차이가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학업 성적을 보이는 여성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옐런은 Fed 의장으로 재임하던 중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으로 재무장관으로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Fed 의장과 재무장관을 모두 역임한 첫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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