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I 면접서 떨어지면 거부, 설명 요구도 가능…"이의제기하다 불이익 당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AI(인공지능) 면접 결과 불합격’
2년 전 취업준비생이었던 김모(26)씨가 A 기업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당시 김씨 면접은 AI(인공지능) 화상화면을 통해 진행됐다. 주어진 문제를 풀거나 질의응답을 하는 식이었다. 김씨는 “AI 면접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거나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단순히 불합격이란 결과만 있었다”며 “AI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여러 지원자가 불만을 품었던 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성과확산대전 2019'에서 구직자가 AI 프로그램을 통한 면접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성과확산대전 2019'에서 구직자가 AI 프로그램을 통한 면접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 면접 불합격?…설명 요구‧거부 가능

취업자 사이에선 AI 심사에 불신이 적지 않다. 지원자가 구체적인 심사 과정이나 내용 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원자가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묻자 회사 측으로부터 “기계(AI)가 알아서 한 것이어서 잘 모른다”고 할 때도 잦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AI 결정을 거부하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AI를 활용한 정보 처리 과정에서 생명·신체·재산 등 개인의 권리 또는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다.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40일 동안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15일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학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학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서 ‘보호 장치’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공포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AI 기반 자동화 결정에 대해 ‘정보 주체’(당사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그에 따른 후속 조처다.

기업 AI 면접을 예로 들면, 한 지원자가 AI 면접 결과 불합격됐을 경우 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정당한’ 권리로 인정되며 기업은 따라야 한다. 특히 지원자는 AI가 아닌 면접관 등에게 다시 심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AI 등으로 완전히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면 미리 기준과 절차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개인정보위측은 "AI 채용 등 자동화한 시스템이 정보 주체인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일반적인 개인정보를 사람이 주로 처리했다면, 기술 발전과 디지털 환경 변화로 AI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기업 채용뿐만 아니라 의료 진단과 복지 수급 대상자 선정 등 여러 곳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2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가 AI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2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가 AI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각지대’·실효성 등 우려도…“보완”

하지만 이렇게 해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는 “지금 개정안 내용은 AI 등으로 완전히 자동화한 결정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AI가 부분적으로만 이용됐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개인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의문도 든다. AI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 남모(29)씨는 “지원자 처지에선 회사에 잘 보여야 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근거를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가 자칫 회사에 미운털이 박히면 어떡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부작용이 없도록 보완할 계획”이라며 “제기되는 여러 우려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