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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48년 지킨 가톨릭회관, 고엽제환자 22년 돌본 의사…아산상 수상

중앙일보

입력

23일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의료봉사상을 수상한 우석정(62) 베트남 롱안 세계로병원장이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23일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의료봉사상을 수상한 우석정(62) 베트남 롱안 세계로병원장이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17세 소녀가 잘 회복돼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과 체육대회까지 같이 할 수 있게 됐을 때 큰 기쁨을 나눴죠.”

2001년부터 베트남의 소외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우석정(62) 롱안 세계로병원 원장의 말이다. 우 원장은 23일 열린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의료봉사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우 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분들이 함께 한 일인데, 혼자 상을 받게 되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트남서 22년간 의료봉사…年 3만6000명 치료

선교사였던 우 원장은 2001년 처음 방문한 베트남에서 전쟁 당시 뿌려졌던 고엽제로 후유증을 앓는 환자들을 보게 됐다. 의료봉사를 지속하다 2006년 호치민 인근 농촌 지역에 롱안 세계로병원을 세운 뒤로 연간 약 3만600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경북대 의대를 나와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우 원장은 “시골 현장에서 환자들을 좀 더 잘 돌보려면 응급의학 관련 의술을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까지 추가로 취득했다. 그렇게 20여년 동안 다른 병원은 포기한 신경병 환자를 고치거나, 조막손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성형수술로 엄지손가락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는 “그런 아이들이 재봉틀이라도 배울 수 있게 되면 그야말로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지만, 매번 그저 최대한을 해드리려 노력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근로자 48년 도운 가톨릭근로자회관에 ‘아산상’

가톨릭근로자회관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주노동자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가톨릭근로자회관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주노동자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개최한 이날 시상식에서는 우 원장을 비롯해 6개 부문 15명(단체 포함)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상금 3억원의 최고상인 아산상은 소외된 근로자들을 지원해온 가톨릭근로자회관(대표 이관홍 신부)에게 수여됐다. 오스트리아에서 근로자 권익 옹호 활동을 했던 박기홍(1932~2004) 신부가 1975년 대구에 설립한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지난 48년 동안 열악한 처지의 근로자부터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등을 지원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 해소에 힘쓰고 있다.

사회봉사상은 2003년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소외된 아동·청소년들을 돌봐온 이정아(55)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 대표에게 주어졌다. 이 대표는 결손가정의 미취학 아동들을 보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거리의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밥차 및 식당, 자립형 생활관, 버스형 청소년센터 운영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의료봉사상·사회봉사상의 상금은 각각 2억원이다. 이외에도 아산재단은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수상자 12명에게 각각 상금 2000만원 등 총 9억4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가 청소년 상담 및 체험 활동 지원 프로그램 진행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가 이정아 대표).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가 청소년 상담 및 체험 활동 지원 프로그램 진행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가 이정아 대표).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봉사·나눔·효행을 실천한 개인 및 단체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1989년 아산상을 제정했다. 각계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공적에 대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시상식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분들이 우리 곁에 계신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며 “재단도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정아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 대표(사회봉사상), 가톨릭근로자회관(아산상) 대표 이관홍 신부, 우석정 베트남 롱안 세계로병원장(의료봉사상).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23일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정아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 대표(사회봉사상), 가톨릭근로자회관(아산상) 대표 이관홍 신부, 우석정 베트남 롱안 세계로병원장(의료봉사상).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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