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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리인하 동상이몽...한은, 美보다 먼저 내릴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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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글로벌 긴축 고삐가 느슨해지면서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보다도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차별화된 행보를 드러냈다. 글로벌 금리 ‘동상이몽’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가 81개국 중앙은행을 분석한 결과, 11월 들어 금리를 내린 국가(5곳)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국가(3곳)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역전된 건 2021년 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7월 금리를 내린 칠레에 이어 브라질ㆍ페루ㆍ 멕시코 등도 인하에 나섰다. 이 중 브라질과 멕시코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나라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 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달 초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회의 의사록이 최근 공개됐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는 찾을 수 없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을 우리의 목표치까지 끌어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며 단기적인 상황을 근거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각각 3.2%·2.9%로 하락했지만 식료품ㆍ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4.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근원물가는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만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예의주시하는 지표다. 하지만 시장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내년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44%로 보고 있다. 3월부터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28%나 된다.

한국도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물가가 2%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9월(3.7%)보다 소폭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3%)보다 낮아졌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물가 목표 도달 시기가 2025년 상반기로 유로존(2025년 하반기), 미국(2026년)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빠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변수는 고삐 풀린 가계부채와 환율 변동성이다. 고금리 기조에도 올해 3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외상거래)이 1875조6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금리 인하 시그널까지 더해질 경우 가계 빚이 걷잡을 수 없게 불어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서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서 현재 2%포인트 수준인 한ㆍ미 금리 격차가 확대될 경우 그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2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시장 현안 점검ㆍ소통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여건은 갖추어져 가고 있으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클 수 있는 만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37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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