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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빨리 가는데 2.5조…이런 예타면제, 시작은 가덕도공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슈 분석]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골자로 하는 ‘달빛철도’ 특별법의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야 정치권이 이례적으로 의기투합하면서 지난 8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역대 최다인 261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정치권은 연내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길이 200㎞가량의 철도로 20년 넘게 검토됐지만, 경제성이 낮아 추진되지 못했다. 통상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경제성분석(B/C) 수치가 0.5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어렵사리 이름을 올렸지만, 일반철도에 단선(선로가 하나인 철도)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추정 사업비는 4조 500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특별법은 달빛철도를 일반철도가 아닌 설계속도가 300㎞를 넘는 고속철도로 건설하고, 단선이 아닌 복선(선로가 두 개인 철도)으로 만들도록 했다. 물론 예타 면제조항도 넣었다. 사업비도 11조 30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사업비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실제 운행시간은 2~3분밖에 당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지난 8월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지난 8월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오송천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일반철도라도 최대시속 260㎞대의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을 투입할 계획이었다”며 “해당 구간을 고속철도로 건설하고 시속 300㎞가 넘는 고속열차를 운행한다고 해도 정차역이 많아 속도를 제대로 내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 단축효과가 작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또 “고속·일반, 단선·복선 여부는 법령 보다는 전문가들의 기술적 검토를 통해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자 대구시와 광주시는 복선 고속철도 대신 복선 일반철도로 바꾸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면 고속철도 보다는 돈이 덜 들지만 그래도 8조 7000억원 넘게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타도 없이 추진하려는 정치권의 행보를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예타 면제가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별법 정치는) 예타가 갖는 순기능을 무력화하고, 결국엔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예타 면제 폭주는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논란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고 말한다. 지난 2020년 11월 총리실이 꾸린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부적격으로 판단하자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가덕도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관문공항을 짓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가덕도는 2016년 실시된 영남권신공항 입지평가에서 김해공항과 밀양에 이어 3위에 그친 지역이었다. 그러나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다 이듬해 대통령선거까지 겹치면서 여야 모두 부산ㆍ경남 표심을 잡기 위해 특별법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법안은 2021년 2월에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권이 정부 계획과 상관없이 대형 SOC 사업의 입지와 규모, 게다가 예타 면제까지 특별법으로 정해버린 첫 사례였다. 가덕도공항은 사전타당성조사(사타) 결과, 활주로(길이 3500m) 1개와 여객터미널 등을 짓는 데만 13조원 넘게 들거란 추정이다. 공항업계에선 공사를 시작하면 돈이 훨씬 더 소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 국토교통부

 당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전문가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더 큰 우려는 실제 사업성 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유사 사례가 계속 나올 거란 점이었다. 제대로 된 조사와 검증 없이 표 계산만을 내세워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이어질거란 의미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특별법’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TK신공항은 현재 공군과 민간이 함께 쓰고 있는 대구공항을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으로 옮겨 2030년 개항할 계획이다. 특별법은 TK신공항의 군공항은 물론 민간공항 사업비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역시나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시는 민간공항 규모를 현재의 대구공항보다 훨씬 크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달빛철도 특별법이 통과되고 예타가 면제된다면 가덕도공항, TK신공항에 이어 정치권 주도로 예타가 면제되는 세 번째 사례가 된다. 물론 이들 특별법은 예타 면제를 강제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넣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공히 예타 면제를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예타 면제 폭주를 강하게 비판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예타제도에 정말 문제가 있으면 국회가 근거법인 '국가재정법'을 고쳐서 해결하는 게 맞다”며 “국가재정법은 그대로 두고 특별법으로 밀어붙이는 건 입법기관으로서의 본질과 역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예타 면제 사업은 재난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 안전 문제 등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한정해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예타면제 사업이 지금처럼 포퓰리즘으로 진행될 경우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부 재정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정부 재정 적자 심화도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전문가 영역을 사실상 무시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무리한 건설에 따른 문제뿐만 아니라 인프라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만들어 향후 필요한 사업도 어렵게 할 것”이라며 “점점 더 전문가 분석과 판단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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