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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3%, 홍콩 15%인데…서울 오피스 공실률 2%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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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뉴욕·런던·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반대로 서울은 빈 사무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데는 기업의 근무 문화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2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시장 평균 공실률은 2.2%로 집계됐다. 서울·분당에 있는 연면적 1000평(3300㎡) 이상 오피스 빌딩 954개를 조사한 결과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역별 공실률을 보면 ▶서울 도심권 2.9% ▶강남권 1.8% ▶여의도권 1.4% ▶판교분당권 1.9% ▶기타 지역 2.4% 수준이다. 2021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자연공실률 5%를 밑돌고 있다. 자연공실률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을 뜻한다.

반면 외국에선 ‘탈 오피스’ 행렬이 줄 잇고 있다. 미국 부동산 조사회사인 코스타(Costar)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영국 런던(9%)과 미국 뉴욕(13.4%)·샌프란시스코(20%)의 공실률은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베이징(24%) ▶상하이(21%) ▶홍콩(15%) ▶싱가포르(9%) 등 아시아 주요 대도시도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 전문기관들은 외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 엑소더스를 촉발했다고 분석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분기 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에서 “미국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재택근무 선호도가 높아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1주일에 약 3.5일 회사로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보다 30% 감소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반대로 한국은 엔데믹이 선포되면서 출·퇴근을 재개했다. 올해 스탠퍼드대·멕시코기술자치대·독일 IFO경제연구소가 전 세계 34개국 직장인 4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1.6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일본(2일)·대만(2.8일)보다도 적었고, 캐나다(6.8일)·영국(6일)·미국(5.6일) 등과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여기에 서울 지역의 오피스 공급량 부족도 공실률 감소를 부른 원인으로 꼽혔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2021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서울 권역 내 오피스 공급량이 약 10만㎡로 직전 1년(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간 공급량인 약 130만㎡ 대비 10%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제 서울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는데 용도도 이미 다 정해져 있다. 사무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처럼 주요 기업들이 외곽으로 사옥을 옮기거나 근무 유연화를 해야 하는데 한국은 둘 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급이 적다 보니 서울의 오피스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3분기 기준 2018년 전용면적 3.3㎡당 19만7100원이었던 오피스 임대료는 지난 3분기 24만4400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노동 유연화가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앞서 직장인들의 월평균 재택일수를 조사한 스탠퍼드대·멕시코기술자치대·독일 IFO경제연구소 측은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의 경우 좁은 아파트에서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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