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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원전 이어 ‘K공항’ 수출…동남아에서 남미까지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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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22일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에서 삐끄리 일함 쿠르니안시아 바탐국제공항 대표와 함께 인테리어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5년간 바탐공항의 운영 및 보수를 담당하는 투자개발사업을 2021년 4월 수주했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22일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에서 삐끄리 일함 쿠르니안시아 바탐국제공항 대표와 함께 인테리어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5년간 바탐공항의 운영 및 보수를 담당하는 투자개발사업을 2021년 4월 수주했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1980년대 김포공항과 닮았다. 2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공항(바탐공항)의 첫인상이다. 좁다란 공항 터미널은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휴게 공간은 넓지 않았고, 출국 심사대나 검색대도 비좁았다. 승객들은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규모도 작다. 바탐공항은 길이 4025m, 폭 45m짜리 활주로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국제공항만 30여 개를 두고 있지만, 이처럼 일부 시설은 고속버스 터미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바탐공항은 ‘변신’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지 공기업 등과 손잡고 세운 사업운영조직(SPC)을 통해서다. 시설을 대거 증·개축하고, 인천공항의 운영 노하우를 바탐공항에 이식하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3만600㎡ 규모인 바탐공항 터미널은 5배 이상(15만3355㎡)으로 확대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공항 운영 공기업이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K-공항’ 플랫폼 확산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해외에서 수주 성과를 낸 ‘방산’과 ‘원전’에 이어서다. 단순한 시설 건설을 넘어 장기간에 걸쳐 운영 노하우도 이식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2021년 12월 수주한 바탐공항이 그 시작이다. 국내 최초로 해외 공항 운영·개발 사업에 진출한 사례다. 한해 40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오가는 바탐공항의 운영 및 유지보수, 확장 업무를 25년간(2022~47년) 담당한다. 사업 기간 중 총사업비는 6000억원, 예상 누적 매출은 6조4000억원에 이른다.

인구 2억7000만 명에다 세계 최대 섬나라라는 국토 구조 덕분에 바탐공항은 수요도 탄탄한 편이다. 코로나19 기간에도 항공 여객 수가 46%가량 줄었는데 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은 95%가 감소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40년이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항공 여행객이 많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국내 공항 운영사의 해외 진출은 필수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운영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극동아시아라는 입지 조건은 약점이다. 여기에 여객과 테넌트(입점 상점)에 몰려 있는 매출 구조로 코로나19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쟁자인 독일 프라포트(Fraport)나 프랑스 파리항공공단(Groupe ADP)은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31~37%에 이른다. 반면 인천공항은 해외 매출이 1% 미만이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꾸준히 해외 공항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운영과 제2터미널 위탁운영 제안 참여 ▶필리핀 수도·지방공항 투자 개발 및 컨설팅 사업 수주 등을 추진 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마추픽추의 관문’인 페루 친체로 공항을 짓고 있다.

항공 업계는 K-공항 플랫폼 수출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항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설계조달시공(EPC)·정보기술(IT)·면세·금융 등 관련 기업도 동반 진출할 수 있어서다. 최근 신라면세점이 바탐공항에 입점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오는 2030년까지 인천공항이 운영하는 해외 공항 수를 1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며 “한국형 공항플랫폼(K-Airport)을 통째로 수출하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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