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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북·하마스와 ‘돈세탁’ 인정…5.5조원 벌금 내고 미국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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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오 창펑

자오 창펑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하마스 등 미국 정부가 제재하는 국가와 단체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를 인정했다. 대북 제재를 위반한 거래도 중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된 바이낸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창업자인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CEO)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낸스는 10만 건이 넘는 거래에서 아동 성적 학대, 불법 마약, 테러에 이르는 불법 행위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일부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그 결과,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미국인을 고객으로 둔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재무부 산하 핀센(FinCEN·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에 등록하고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이를 따르지 않고 테러단체, 랜섬웨어 가해자, 자금세탁자 등 범죄자의 거래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도 거래 대상 중에 포함됐다. 또한 바이낸스는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의 거래도 중개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차단할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제재를 위반한 암호화폐 거래는 166만여건, 7억 달러 상당 규모다.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과 북한에 있는 사용자 간 암호화폐 거래 80건(총 437만 달러 상당·약 56억원)을 중개해 대북 제재도 위반했다.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규정 준수 위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CEO로는 바이낸스 지역 시장 책임자였던 리처드 텅이 선임됐다.

자오 창펑 바이낸스 창업자는 1977년생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캐나다 맥길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2014년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고, 2017년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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