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진서 충격의 탈락, 삼성화재배 4강 박정환 홀로 살아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 삼성화재배 4강 대진 확정

2023 삼성화재배 4강 대진이 확정됐다. 23일 중국 쉬자양 9단과 셰얼하오 9단이, 24일 한국 박정환 9단과 중국 딩하오 9단이 결승 진출을 앞두고 맞붙는다(사진 왼쪽부터).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4강 대진이 확정됐다. 23일 중국 쉬자양 9단과 셰얼하오 9단이, 24일 한국 박정환 9단과 중국 딩하오 9단이 결승 진출을 앞두고 맞붙는다(사진 왼쪽부터). 사진 한국기원

충격의 패배였다. 당대 1인자 신진서 9단이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은 박정환 9단 홀로 살아남았다. 2023 삼성화재배 4강은 중국 선수 3명, 딩하오·쉬자양·셰얼하오 9단과 박정환의 대결로 압축됐다. 박정환은 24일 딩하오와 결승 진출을 두고 다툰다. 나머지 4강전은 23일 쉬자양과 셰얼하오의 중국 형제 대결로 치러진다.

22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8강 둘째 날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가 중국 14위 셰얼하오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신진서가 상대 전적 7승1패로 크게 앞선 상대에게 158수 만에 불계패했다는 결과도 믿기 어렵지만, 신진서의 대마가 일방적으로 몰린 끝에 잡히는 수순은 재난영화처럼 끔찍했다.

2023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고민 중인 신진서 9단. 중국 셰얼하오 9단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고 탈락했다.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고민 중인 신진서 9단. 중국 셰얼하오 9단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고 탈락했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가 유리한 상황에서 접어든 중반전. 신전서의 좌변 흑 대마가 두 집을 못 냈다. 처음에는 위험한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셰얼하오의 주변 백 세력이 튼튼하다고 하나 바둑판에는 아직 빈 자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단곤마였다. 양곤마가 몰리면 천하의 신진서도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신진서의 다른 대마는 이미 완생한 상태였다. 좌변 대마만 살면 넉넉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형세, 대마는 불사(不死)라는 바둑 격언처럼 신진서도 제 대마가 죽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셰얼하오는 무시무시했다. 대마 사냥에 나선 셰얼하오는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공포스러웠다. 한 수 한 수 흑 대마를 조여올 때마다 신진서의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가 뚝뚝 떨어졌다. 신진서가 딱히 잘못 둔 수도 없었다. 그러나 흑 대마는 점점 활로를 잃어갔다.

신진서도 당황한 기력이 역력했다. 신진서가 때 이른 초읽기에 들어간 시각, 셰얼하오에겐 45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5회 주어진 1분 초읽기도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상황, 신진서는 우상귀 백 대마 역공을 나섰다가 단수를 빠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한 수로 흑 대마의 활로가 완전히 끊겼다. 실수를 확인한 신진서는 신경질적으로 시계를 누르며 패배를 인정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랐던 신진서는 4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전무후무의 신기록을 목전에 두고 탈락했다.

당대 1인자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고 2023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한 중국 셰얼하오 9단. 사진 한국기원

당대 1인자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고 2023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한 중국 셰얼하오 9단. 사진 한국기원

1998년생 셰얼하오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 기사로 불렸던 강자다. 바둑TV 해설자 박정상 9단에 따르면, 셰얼하오는 2012년 14세 나이로 중국 바이링배 4강에 올라 세계 최연소 국제 대회 4강 진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중반 전투가 강하다고 알려졌는데, 22일 그 특기를 신진서를 상대로 제대로 보여줬다. 2018년 LG배에서도 우승했고 현재 진행 중인 농심 신라면배에서도 3연승을 질주 중이나, 올 11월 현재 중국 랭킹은 14위다. 중국 바둑이 그만큼 강하다고 두텁다는 뜻이겠다. 이날 열린 또 다른 8강전에서는 지난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던 김명훈 9단이 딩하오에게 243수 흑 불계패했다. 중반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딩하오의 막판 집중력이 더 돋보였다.

2023 삼성화재배 한국의 유일한 희망이 된 박정환 9단. 한국 선수 중 홀로 4강에 진출했다.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한국의 유일한 희망이 된 박정환 9단. 한국 선수 중 홀로 4강에 진출했다.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4강에서 한국의 박정환 9단을 만나는 중국 딩하오 9단.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4강에서 한국의 박정환 9단을 만나는 중국 딩하오 9단. 사진 한국기원

2023 삼성화재배 4강에 홀로 남은 한국 기사 박정환은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자다. 현재 한국 2위로, 춘란배·LG배·몽백합배 등 국제 대회 우승 경력도 화려하다. 1993년생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초일류 기사로서 군림하고 있다. 4강 상대 딩하오도 커제·양딩신·구쯔하오와 함께 당대 중국 바둑 4대 천황으로 꼽히는 강자다. 2000년생으로 신진서와 동갑이다. 현재 중국 4위로, 지난 2월 끝난 LG배에서 우승했다. 박정환처럼 약점이 없는 바둑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환은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을 32강전에서 꺾은 뒤 탄샤오(15위)·롄샤오(8위) 9단 등 중국 선수를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평소 기풍보다 독한 바둑을 두며 연승 행진 중인 박정환이 뜻밖의 위기에 빠진 한국 바둑을 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까지 27차례 열린 삼성화재배에서 한국은 모두 14회 우승했고, 중국은 11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