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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전부터 준비, 1·9호선 노렸다...러 소매치기단 검거 순간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지하철 소매치기를 계획하고 러시아에서 입국한 3인조 소매치기단이 지난 13일 오후 3시쯤 명동역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제공

한국 지하철 소매치기를 계획하고 러시아에서 입국한 3인조 소매치기단이 지난 13일 오후 3시쯤 명동역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제공

지하철 소매치기를 노리고 러시아에서 입국한 ‘원정 소매치기단’ 3인조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13일 러시아 국적 여성 A씨(38)와 남성 B씨(45)·C씨(45) 등 3명을 특수절도(소매치기) 혐의로 긴급체포해 1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1·3·9호선 등 혼잡한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지갑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9일 간 총 45시간 지하철에 머물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현금 558만원, 백화점 상품권 154만원, 휴대폰 3대를 압수했다.

경찰이 공개한 지하철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들은 역할을 나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여성 A씨가 피해자 앞에서 내리지 못하게 막아서는 역할(일명 바람잡이)을 했고, C씨는 피해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역할(일명 안테나), B씨는 직접 승객들의 가방에서 지갑을 빼내는 역할(일명 기계)을 맡았다. 지난 4일 오후 4시쯤 9호선 급행(노량진역~동작역) 열차 안에서 A씨와 C씨가 피해자를 둘러싸고 주변 시선을 막는 사이 B씨가 지갑만 쏙쏙 빼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범행 타켓은 주로 에코백 등 잠금장치가 없는 가방을 멘 여성들이었다. 지난 8일 오후 5시쯤 3호선 을지로3가역 CCTV를 보면 이들이 에코백을 멘 여성을 보고 열차를 탄 뒤 한 정거장 뒤 피해 여성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기계 역할 B씨는 에코백을 멘 승객의 뒤를 잽싸게 따라가 왼손으로 지갑을 빼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애초 소매치기를 계획하고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차례 한국 여행 경험이 있는 C씨가 지난달 17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국에서 3인조로 역할을 분담해 소매치기하고 15일 안에 도주하자”며 지인 사이였던 A씨와 B씨를 모았다고 한다. 지난 1일 저녁 7시쯤 한국으로 입국한 이들은 15일 출국할 비행기표도 미리 구매했다. 이들은 “관광과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며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2~12일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지갑을 훔친 러시아 원정 3인조 소매치기단이 범행 중 나눈 대화.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제공

지난 2~12일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지갑을 훔친 러시아 원정 3인조 소매치기단이 범행 중 나눈 대화.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제공

이들 3인조가 범행 중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지난 5일 C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 중 “사람이 없다. 훔칠 건 많지만 사람이 없어서 안 좋다”고 하자 A씨가 “사람이 없을 때는 조심해라. 하지 마라”고 했다. 7일에는 C씨가 A씨에게 지하철 노선도를 보내며 “저녁 8시 이후 1호선 노량진역 방면에 사람 많다. 맞춰 가겠다”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지하철에서 지갑을 도난당했다”는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피의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후 잠복·미행해 13일 오후 3시쯤 명동역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폰 3대를 포렌식하고 상품권 일련번호를 조회해 추가 피해가 없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내 소매치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잠금 장치 없는 가방은 옆이나 뒤로 메지 않고 앞으로 메고 탑승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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