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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로 '킥라니' 폭주 막았다…전국 조례 14개 바꾼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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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5월 경기도 시흥시청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들이 4대 아동권리에 대한 생각을 마인드맵으로 작성해보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지난 5월 경기도 시흥시청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들이 4대 아동권리에 대한 생각을 마인드맵으로 작성해보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지금은 아동의 네 가지 권리가 어떨 땐 어른들이 지켜줄 수 있지만, 어떨 땐 안 지켜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잖아요. 아동기본법이 생기면 우리 권리가 좀 더 보장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난 5월 국회에서 아동기본법이 발의될 때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하율(13·서울 청룡초)양의 말이다. 조양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굿네이버스 등 27개 시민단체와 여러 아동의 의사가 법안에 반영됐다.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어린이의 날’인 20일 기자와 통화한 조양은 아동기본법의 입법 취지를 똑부러지게 설명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4대 권리(생존·보호·발달·참여권) 보장을 국가 의무로 규정한다. 한국은 1991년 협약을 비준하고도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굿네이버스와 아동단체가 함께 주최한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기본법, 100인의 원탁회의'에 참여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들. 사진 굿네이버스

지난 3월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굿네이버스와 아동단체가 함께 주최한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기본법, 100인의 원탁회의'에 참여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들. 사진 굿네이버스

조양은 아동기본법 발의 외에도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1년 전 선생님 권유로 알게 된 아동권리 모니터링단 ‘굿모션(Good motion)’의 일원이 되면서 생긴 변화다.

굿모션은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가 2019년 처음 꾸린 아동참여 조직이다. 굿모션 단원들은 일상 속 권리 침해 상황을 스스로 찾아내고 개선 방안까지 정책으로 제안하는 활동에 참여한다. 조양은 “멀게만 느껴지던 참여권이 실은 모든 아동이 원래 갖고 있는 권리이며 더 지켜져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굿모션에서 시민의 참여권을 경험한 아동들은 지난 5년간 6600명에 달한다. 굿모션 5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아동 참여권 증진을 위한 성과공유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아동권리 모니터링단 활동을 통해 매년 250여 개의 아동 관련 정책이 제안되고 그중 30%가량의 제안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졌다.

아동권리 모니터링단의 제안에 따라 생기거나 바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14개에 달한다. 부산시의회는 아동들에 적합한 놀이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어린이 놀이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전라남도의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조례’는 어린이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도록 개정됐다.

지난 7월 서울시 관악구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이 담배꽁초 및 생활쓰레기가 무단 투기된 거리를 보며 개선돼야 할 부분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지난 7월 서울시 관악구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이 담배꽁초 및 생활쓰레기가 무단 투기된 거리를 보며 개선돼야 할 부분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인식 개선 캠페인, 놀이터·통학로 등의 환경 개선 사례도 많다. 인천시 남동구가 올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전동 킥보드 속도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 경기도 성남시가 지역 신문 및 SNS에 불필요한 영어 표기를 가급적 쓰지 않기로 약속한 것 등이 아동들의 제안으로 끌어낸 변화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굿모션 아동 대표 최새봄양은 “인도 위 장애물 실태조사 활동을 통해 가게 홍보 풍선에 달린 전선과 같은 장애물을 치워 동네 아이들의 안전을 지킨 일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최양은 “모니터링단 활동 전에는 우리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기는 할까 싶었지만,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굿네이버스의 ‘2021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조사에 따르면 정책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아동은 9.2%로 한국 어린이의 참여권 보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아동들이 단순히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주체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는 캠페인 등으로의 확장도 필요하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이 당사자인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에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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