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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 없는 작업장, 로봇이 차 조립·검수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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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차그룹은 21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식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준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21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식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준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겉모습은 거대한 쇼핑몰을 연상시켰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자동차 공장의 상징과도 같은 컨베이어 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서부 주롱혁신지구에 자리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첫인상이었다.

현장에선 아이오닉5 생산이 한창이었지만 컨베이어 벨트 대신 타원형 모양의 작업장인 ‘셀’ 27개가 건물 한 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차량 한두 대가 들어갈 만한 각 셀에서는 제각각 다른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한 셀에서 육중한 로봇팔이 무거운 부품을 조립하면, 다른 셀에선 차체 밑에서 강아지와 닮은 로봇 ‘스팟’이 작업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식이다. 스팟은 조립 과정을 촬영해 인공지능(AI) 모델에 전송, 검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정확도가 99%에 이른다. 그 옆으로 부품을 실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지나갔다. 차체 이동은 무인운반차량(AGV)의 몫이다.

공장에서 조립 중인 전기차 차체 하부를 강아지처럼 생긴 로봇 ‘스팟’이 검수하고 있다. 정확도가 99%에 이른다고 한다. [사진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조립 중인 전기차 차체 하부를 강아지처럼 생긴 로봇 ‘스팟’이 검수하고 있다. 정확도가 99%에 이른다고 한다. [사진 현대차그룹]

힘든 일은 로봇(200여 대)이, 안전·품질과 직결되는 업무는 사람(280여명)이 맡는 모습-. 한마디로 로봇과 사람이 어우러진 ‘스마트 팩토리’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물류의 65%, 조립 공정은 46%가량을 자동화했다”고 설명했다.

21일 현대차그룹은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HMGICS 준공식을 했다. 정의선 회장은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갖고 있다”며 “이 정신을 바탕으로 HMGICS를 통해 인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현대차가 HMGICS의 첫 삽을 뜬 건 지난 2020년 10월이다. 새로운 기술을 실증하고 트렌드를 한발 앞서 짚어낼 글로벌 기지가 필요했던 현대차에 싱가포르는 ‘최적의 입지’였다. HMGICS는 지상 7층, 지하 2층(연면적 4만4000㎡) 규모로 단순 제조시설이 아니라 고객경험 공간을 함께 갖춘 ‘도심형 스마트 팩토리’로 조성됐다. 브랜드 체험 공간과 물류센터(1층), 사무공간(2·4층), 제조시설(3층), 고객 라운지와 시승을 위한 스카이트랙(5층) 등이 한꺼번에 자리했다. 현재 아이오닉5와 로보택시를 생산 중인데 연간 3만 대의 전기차 양산이 가능하다.

셀 제조 방식을 도입해 ‘다차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게 HMGICS의 가장 큰 특징이다. 허일권 생산실장은 “셀 방식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각기 다른 모델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MGICS에서는 로봇과 사람만 어우러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와 제조자도 함께 한다. 소비자가 차량 주문부터 인도까지 모든 경험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해서다. 하이라이트는 직접 시승이 가능한 스카이트랙이다. 이곳에서 아이오닉5를 타보니 승차감이 남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HMGICS는 AI와 로봇을 이용한 기술 혁신, 유연생산 중심의 제조 혁신, 특별한 고객경험이 어우러진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HMGICS에 도입한 최첨단 생산 방식을 미국 조지아주(2024년 완공 예정)와 울산(2025년) 전기차 전용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홍범 법인장은 “이곳에서 자동화율을 높이는 등 여러 기술을 실증해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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