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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손발만 묶었던 9·19 합의…정부 '효력 정지' 착수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21일 한밤 소위 군사정찰위성을 기습적으로 발사함에 따라 정부는 예고한 대로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체결된 9·19 합의는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의 성패에 관계 없이 9·19 합의의 효력을 일부 정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의 가능성과 대응방안 등을 점검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모습. 대통령실.

20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의 가능성과 대응방안 등을 점검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모습. 대통령실.

실제 그간 북한이 3400회에 걸쳐 9·19 합의를 위반할 동안 한국 군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 등 대응 태세만 심각한 제약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감시정찰자산 운용 제한으로 이어졌다. 또 서해에 설정된 완충구역 때문에 주요 화기로 사격 훈련을 하려면 내륙으로 500㎞까지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

9·19 합의 효력 정지 검토가 북한의 위협에 맞선 방어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정부의 설명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앞서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지난 20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9·19합의에 따라 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건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해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던 만큼 이미 법률 검토는 마무리된 상태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3조에는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하기 수시간 전 2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랜 기간 북한이 9·19 합의 자체를 일방적으로 꾸준히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의 내용과 폭에 따라 9·19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가 필요한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는 국무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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