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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인천으로 돌아온 이숭용 SSG 감독 "뿌리를 찾은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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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더스를 상징하는 'L'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숭용 SSG 랜더스 신임 감독. 뉴스1

랜더스를 상징하는 'L'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숭용 SSG 랜더스 신임 감독. 뉴스1

24년 만에 인천으로 돌아왔다. 이숭용(52) 신임 SSG 랜더스 감독은 "뿌리를 찾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SSG는 21일 홀리데이인 인천 송도에서 제9대 이숭용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2023시즌 종료 뒤 김원형 감독과 결별한 SSG는 지난 17일 이숭용 감독을 선임했다. 조건은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액 9억원이다.

이숭용 감독은 "야구선수 출신이라면 누구나 감독이 꿈이다. 꿈을 이룰 수 있게끔 해준 SSG 구단에 감사드린다. 벅차오르고, 처음으로 프로 입단해서 뛴 곳이 인천이다. 94년 인천에 와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이 자리에 돌아와서 감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벅찬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1994년 인천을 연고로 한 태평양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 히어로즈를 거쳐 2011년 은퇴했다. 18년 동안 통산 20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1, 162홈런을 기록한 강타자였다. 1999년까지 인천을 연고지로 썼기에 24년 만에 인천으로 돌아온 셈이다.

태평양 시절 이숭용 감독의 모습. 중앙포토

태평양 시절 이숭용 감독의 모습. 중앙포토

이어 "저는 서울 출신인데 인천이 제2의 고향 같다. 되돌아보니까 나는 한 팀에 있었는데 뿌리가 없었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SSG 감독이 되면서 느낀 게 뿌리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인천 SSG 랜더스 감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SSG는 이 감독을 포함한 4명의 야구인과 면접을 거친 뒤, 이숭용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 이 감독은 "지인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고 열흘 정도 기다렸다. 10년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내가 꿈을 꿨는데, 귀신을 잡았다고 했다. 귀신을 잡는 꿈이 성공,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라고 하더라. 좋은 소식 있을 거 같다고 해줬다"고 웃었다.

이숭용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 KT 위즈 코치, 단장, 육성총괄을 거쳐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았다. SSG 구단은 이숭용 감독 선임 당시 "지속해 발전하는 팀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김원형 감독 경질 배경을 설명하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후보군을 정해 사령탑 선임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숭용 감독은 "어제(20일)정용진 구단주를 만났다. 야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나로선 좋은 요소다. 구단주 뿐 아니라 프런트에서 야구에 대해 방향성에 있다면 귀를 열고 들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구단주가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 성적과 육성을 잡아달라고 했다. 성적을 생각했다면, 다른 감독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해설위원, 코치, 단장으로서의 모든 경험을 살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 취임식에 참석한 SSG 최정(왼쪽부터), 노경은, 이숭용 감독, 김광현, 오태곤. 뉴스1

이숭용 감독 취임식에 참석한 SSG 최정(왼쪽부터), 노경은, 이숭용 감독, 김광현, 오태곤. 뉴스1

SSG는 베테랑 선수가 많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이자 단점은 고참 선수들이 많다는 거다.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면밀히 체크해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싶다. 고참 선수들에겐 권한과 책임을 주겠다"고 했다. 이어 "나도 마흔 한살까지 선수를 했지만, 베테랑은 최대한 존중할 것이다. 체력 안배에 대해 고민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역 최고령인 추신수와 김강민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만나거나 통화를 하진 않았다. 두 선수는 어떤 판단을 하든 존중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가려고 한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고, 리더니까 더욱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팀 운영 방향에 대해선 "두 가지 원칙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원팀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팀에 해를 끼치는 선수에겐 무서운 선배가 될 것이다. 프로 의식도 중요하다. 야구장에 나오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두 가지는 강하게 선수단에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선수 육성은 손시헌 퓨처스(2군) 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단장을 하면서 느낀 게 육성은 1군에서 선수를 기용해야만 가능하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에서 뛰는 건 다르다. 2군 손시헌 감독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선수는 (1군에서)적극적으로 폭넓게 기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10년간 KT에서 지도자와 프런트로 몸담았다. 자연스럽게 KT와의 대결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감독은 "특별히 KT라고 해서 더 신경쓰진 않겠다"면서도 "올시즌 KT(5승 1무 10패)에게 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KT 단장 시절 이강철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KT 위즈

KT 단장 시절 이강철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KT 위즈

현대 시절 함께 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KT에서 함께 한 이강철 감독과도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이숭용 감독은 "두 분 다 우승 감독이고, 난 초짜다. 초짜라고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상대로 만나면 최선을 다해 이겨야 한다. 서로 장단점을 많이 알고 있다. 염경엽 감독님과는 룸메이트를 오래 했고, 이강철 감독은 단장으로서 대화를 많이 했다. 붙어봐야 알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 많은 승리를 쌓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71번을 썼고, 감독으로서도 같은 번호를 쓰기로 했다. 이 감독은 "1971년생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직 미완성된 코칭스태프에 대해선 "심사숙고해 생각하고 있다. 구단 프런트와 상의중이다. 내가 야수 출신이라 투수 출신 수석코치를 둘 생각"이라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박종훈, 염경엽, 양상문, 장정석, 손혁에 이어 KBO리그 역대 6번째로 단장과 감독을 모두 역임하게 됐다. 이 감독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구단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많이 체크했다. 단장이 되고난 뒤 구단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졌다. 어떻게 운영해야 될지를 생각했다. 감독은 처음이지만, 단장을 통해 간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여러 감독님들의 장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유니폼을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한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와 이숭용 감독. 뉴스1

유니폼을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한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와 이숭용 감독. 뉴스1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이숭용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인데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성적이라면 당연히 상위권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FA 및 전력보강에 대해선 "스토브리그는 감독보다 프런트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에 맞춰서 팀을 꾸려가려고 한다. 외국인선수도 아직 결정이 되진 않았다. AI 스트라이크 존이 내년부터 운영된다. 존이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아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쓰는 투수가 유리할 듯해 논의중"이라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우리 랜더스 더 많이 사랑해주시면 보답할 수 있게끔 활기찬 야구, 열심히 뛰는 야구, 많이 이길 수 있는 야구 하겠다.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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