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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 시험 말랬지" 전공의 쇠파이프 폭행한 교수에 '발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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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소재 한 지방사립의대에서 일어난 지도 교수의 상습 폭행을 고발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광주 지방사립의대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차로 소개한 작성자 A씨는 “담당 지도교수 B씨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 8~9월 쇠파이프로 A씨의 엉덩이, 팔, 등 부위를 수차례 때리고 갈비뼈를 걷어찼다.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하는가 하면 안경이 휘어질 정도로 뺨을 때리거나 뒷목을 잡은 채 키보드에 얼굴을 부딪치게 하는 등 폭행을 이어갔다.

실제 A씨가 함께 올린 녹취록에선 B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곧이어 “아휴”라는 고성과 함께 누군가를 거칠게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간신히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이후에도 약 15초가량 수차례 폭행하는 듯한 소음이 이어진다.

B씨의 폭행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A씨는 “여러 환자가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에서,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구타를 당했다”며 “폭행뿐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폭행을 당하면서도 가르침을 받는 전공의라는 제 신분과 지도 교수라는 위치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이 커 꾹꾹 눌러 참아왔다”며 “이 일을 문제 삼았을 때 해당 지도 교수가 저에게 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본과에 생기게 될 분란으로 피해 보게 될 동기, 후배, 환자들에 대한 생각이 저를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이어 “쇠파이프를 들고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악몽에 잠을 설친다”며 “두려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후임 선생님들에게는 (폭행이) 이어지지 않게끔 제 기수에서 악습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선된 수련 환경과 더불어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대학 병원 관계자 C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제보자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며 “다수의 피해 사건 중 하나만 터져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기가 말도 안 되게 세다 보니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 측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한 명”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추후 교육수련위원회를 열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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