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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2조 횡재세 거론하며 “은행 이자 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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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 당국 수장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라고 직접 요청했다. 자발적 사회공헌 형식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횡재세에 준하는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융사를 압박해 내놓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 지주회사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방안 마련 시한도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

이날 간담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은행권 종노릇’ 발언 이후 금융 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첫 대면 만남이었다.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8대 금융지주 회장(KB·신한·우리·하나·NH농협·BNK·DGB·JB) 등이 참석했다.

논의 초기인 만큼 지원 규모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금융 당국도 금융사의 자발적인 상생안을 요청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예상보다 구체적으로 지원 대상과 방법, 규모를 제시했다.

“올해안 금리인하 체감할 방안 내라” 일각선 총선 앞 금융 포퓰리즘 비판

우선, 지원 대상은 “코로나 종료 후 이자 부담이 높아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한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어려운 분 많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취약계층 아닌가 하는 의미에서 (이들 지원을) 우선 했다”고 밝혔다.

지원 방법도 “금리 부담을 일정 수준 직접 낮춰 체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특정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캐시백(이미 납부한 이자를 돌려주는) 형태로 지원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금리를 낮추려면 고금리 일부 차주와는 대출 계약을 다시 맺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관심을 끈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횡재세를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횡재세 관련 법안을 보면, 국회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재원 출연 규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지주사들이) 좀 감안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장도 이날 “업계 스스로 국민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명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금융사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올해 은행들이 내야 하는 부담금은 최대 2조원에 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벌 수 없다고 제한하면 적당히 신용도 높은 사람에게만 대출을 내어줄 것”이라고 했다. 또 자본력이 줄어들면 위험성을 키울 수도 있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7조원)보다 23.9%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4분기 1.71%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3분기(1.63%)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줄고 은행주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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