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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 되면 이상한 악취…대구 평리뉴타운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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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6일 권용원(41)씨가 대구 서구 평리동의 신축 아파트에서 찍은 염색산업단지의 모습. [사진 권용원씨]

지난 16일 권용원(41)씨가 대구 서구 평리동의 신축 아파트에서 찍은 염색산업단지의 모습. [사진 권용원씨]

“밤이 되면 처음 맡아 보는 냄새가 납니다. 무언가 타는 냄새, 가스·분뇨·하수구·약품 냄새 등 6~7종류 악취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권용원(41)씨 말이다. 권씨는 이 아파트를 3년 전에 분양 받았고, 지난 4월 최상층에 입주했다. 서구 염색산업단지에서 직선거리로 1㎞ 정도 떨어진 곳이다. 권씨에 따르면 입주 초반만 해도 냄새가 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북서풍이 불기 시작했고, 밤이면 북풍이 강해져 염색산단 쪽에서 오는 악취가 심해졌다.

권씨는 “아내가 임신 중인데 태어날 아이 건강이 걱정된다. 유해 물질에서 악취가 나올 거라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주민 대부분이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가 사는 서구 평리동 일대는 2010년 대구시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개발한 평리뉴타운이다. 5개 단지 6960세대 아파트에 내년까지 입주가 진행된다. 이 중 올 초부터 2단지 2274세대가 입주하면서 악취 민원이 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700건 수준이던 민원 건수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0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내용은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아이들 건강이 걱정된다’ 등이다.

대구시와 서구는 대구염색산단과 산단 인근 상리 음식물처리시설, 쓰레기 매립장, 하수·분뇨 처리장 등 4곳을 중심으로 각종 쓰레기가 썩으면서, 하수·분뇨 등에서 악취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곳 주민은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주민으로 구성된 서구발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13일 집회를 열고 “냄새로 고통 받는 주거 단지를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원인과 실태를 조사하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 법에 따라 악취 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며 “더는 실효성 없는 대안으로 주민을 악취 속에 방치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악취방지법상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장은 악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하고, 악취 배출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이 둘 이상 모여 있는 지역으로 악취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악취관리지역은 악취 배출시설 신고와 방지 조치가 의무화되고 배출 허용기준이 엄격해진다. 개선 명령 이후 곧바로 조업 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등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서구는 염색산업단지 내 대기오염 방지시설 교체사업을 마무리한 후 추진위 요구를 검토할 생각이다. 서구 관계자는 “노후한 대기오염 방지시설 교체 사업이 내년에 마무리된다”며 “사업을 통해 악취물질인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대기 중 농도는 2019년 대비 각각 50%, 68%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악취의 원인 파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주한 대구 서구의원은 “이 일대에는 염색산단뿐만 아니라 석탄열병합발전소도 있다”면서 “공기청정기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집도 있다고 하니 어떤 유해물질이 어디서, 얼만큼 나오는지를 찾아야 한다. 대구시는 저감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원인을 우선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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