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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이 진짜 물뽕 가려낸다…강남서 난리난 드라마 포스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 지역 카페에 붙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동그란 노란색 스티커를 떼어내면 마약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다. 사진 제일기획

서울 강남 지역 카페에 붙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동그란 노란색 스티커를 떼어내면 마약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다. 사진 제일기획

최근 서울 강남역과 신사역 일대에 걸린 드라마 포스터가 품귀 현상을 겪었다.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특징이다. 엄지 손톱 만한 ‘마약 검사 스티커’를 떼어낸 자국이다. 여기에 들어있는 노란색 시약을 의심되는 술이나 음료에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마약일 경우 연두색으로 바뀐다. 지난달 하순에 처음 게재했는데 준비한 물량 800장이 동난 상태다.

‘마약 검사 포스터 히트’ 김강민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이 포스터는 김강민(42) 제일기획 아트디렉터(AD)가 기획했다. 지난 14일 만난 김 디렉터는 “버닝썬 사건 이후 일반인 사이에서도 마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마침 ‘강남순’의 줄거리가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 조직과 싸우는 내용이다 보니 ‘드라마 홍보 포스터로 마약 검사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아이디어도 신선했고 공익 목적이라 방송 제작사 측에서도 포스터 캠페인에 동의했지만, 막상 포스터 제작부터 애를 먹었다. 인쇄 과정에서 고열로 시약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먼저 나왔다. 그는 “두 달가량 인쇄소를 뒤졌다”며 “다행히 포스터 크기를 줄이고, 전체 색깔을 시약과 비슷한 살구색으로 맞춘 뒤 시약 위에 다른 글자 인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선 포스터 부착이 난항이었다.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영화관. 성형외과 등을 찾아다니며 허락받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JTBC 예능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옷 상표를 가리는 연두색 스티커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범죄 예방을 위한 112 번호와 같은 공익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제일기획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사진 JTBC

JTBC 예능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옷 상표를 가리는 연두색 스티커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범죄 예방을 위한 112 번호와 같은 공익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제일기획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사진 JTBC

이렇게 어렵게 제작·배포했더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형외과나 영화관에선 추가로 배포가 가능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 주요 소셜미디어(SNS)에선 “우리 지역에 포스터를 붙여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온다.

경찰에 따르면 무색‧무취‧무미 특징을 가진 중추신경 억제제인 물뽕(GHB)은 식당이나 클럽 등에 퍼져 성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대치동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수’를 나눠주는 일도 발생했다.

김 디렉터는 “마약 범죄가 일반인도 바로 옆까지 왔다고 느낄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드라마 포스터로 마약이 심각한 범죄라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파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2007년부터 광고 업계에서 일하면서 공익 캠페인에도 적극적이었다. 2021년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할 때 옷이나 모자에 상표 광고를 가리기 위해 붙이는 테이프에 ‘112’ ‘1366’ 등 신고 전화번호를 달아 범죄나 아동학대, 동물유기 등을 방지하자는 메시지를 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런 아이디어로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2022 클리오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가에 붙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동그란 노란색 스티커를 떼어내면 마약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다. 사진 제일기획

대학가에 붙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포스터. 동그란 노란색 스티커를 떼어내면 마약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다. 사진 제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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