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선 트래픽 장사하나" 비판에…네이버 '대댓글' 닷새만에 철회 |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사진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사진 연합뉴스

네이버 뉴스가 ‘댓글 내 인용 답글’(대댓글)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닷새 만에 중단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이 갈등을 유발해 돈을 번다는 비판이 나오자 바로 서비스를 접었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20일 오전 “신규 기능이 특정 이슈에 대해 논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지난 16일 도입한 대댓글 기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SNS)처럼 특정 댓글을 쓴 이용자에게 타인이 다시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네이버 뉴스에도 도입했다가, 취소한 것이다. 현재 네이버 뉴스 댓글 서비스에선 이용자들이 서로를 지목해 대댓글을 달 수는 없다.

지난 16일 네이버가 대댓글 기능을 시작하자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가 트래픽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정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거나 ‘댓글 좌표 찍기’ 같은 현상을 부추겨 혐오와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네이버는 2018년 매크로 기술을 악용해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이나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사건이 터지자 연예ㆍ스포츠 뉴스에 댓글 기능을 중단한 바 있다.

네이버가 20일 중단하겠다고 밝힌 뉴스 댓글 내 인용 답글 작성 기능.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20일 중단하겠다고 밝힌 뉴스 댓글 내 인용 답글 작성 기능. 사진 네이버

네이버 입장은

당초 네이버는 대댓글 기능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며 건강한 소통을 강화하려는 취지였다”라고 설명했었다. 이미 해외 SNS나 네이버의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엔 구현된 기능이라, 정치적 갈등을 부추길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 이용자당 댓글과 답글(대댓글 포함) 작성 수를 각각 20개와 40개로 제한하고, 인공지능이 욕설 등을 걸러내는 기술 등으로 부작용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바로 서비스를 폐지했다. 정치권이 네이버에 가짜뉴스 유통 책임을 따지겠다고 벼르는 중에 댓글 관련 논란이 더해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왜 중요해

네이버 서비스의 흡인력이 예전같지 않다. 전체 서비스 트래픽은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터 제출받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별 일 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같은 기간 구글의 감소폭(8.3%)보다 훨씬 크다. 네이버로서는 이용자들을 불러 모을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

뉴스 이용자도 크게 줄고 있다. 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9명(89.7%,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언론 수용자 조사)은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지만, 그 네이버 뉴스의 트래픽 자체는 감소 추세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마켓링크 등이 발간한 ‘한국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 트래픽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요 일간지ㆍ통신사ㆍ방송사 20개의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뷰(PV)는 평균 약 9900만회였다. 지난해 2분기 평균(약 1억5500만회)에 비해 36% 줄었다. 웹과 모바일에서 뉴스 공급을 사실상 독점한 네이버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의미다. 네이버가 지난해에 ‘20대 전용 뉴스 서비스’를 신설하고, 올해 키워드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을 도입하려다 무산된 것도 이용자 유입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더 알면 좋을 것 

정부와 여당은 네이버에 대해 “뉴스로 트래픽 장사를 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네이버가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사실 조사를 진행 중이다. 뉴스 수익에 대한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네이버 등 포털 사업자가 뉴스 서비스로 벌어들인 광고 수익 등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