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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車업계 첫 '원하청 상생모델' 구축…노란봉투법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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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현대차·기아가 20일 경남 경북에 위치한 현대차 글로벌상생협력센터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 이동선 현대차 대표이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준 명화공업 대표.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와 현대차·기아가 20일 경남 경북에 위치한 현대차 글로벌상생협력센터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 이동선 현대차 대표이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준 명화공업 대표. 고용노동부 제공

현대차·기아와 협력사들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원하청 상생모델 구축에 나선다. 조선업·석유화학업에 이어 세 번째다. 정부는 이같은 자율적 상생협력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개선해가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와 현대차·기아는 이날 경북 경주에 위치한 현대차 글로벌 상생협력센터(GPC)에서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563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6만원이었다. 1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격차는 270만원에서 297만원으로 27만원 벌어졌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다양한 부품과 소재를 조립하는 산업 특성상 협력업체가 1·2·3차 등 단계적으로 분포해 있고, 협력업체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지급 여력 등으로 원청과 하청 간 격차가 점점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에 현대차·기아는 상생협력 선언을 통해 ▶협력사의 숙련인력 확보 ▶협력사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협력사의 기술경쟁력 제고 ▶경영기반 강화 등을 위한 방안 마련 시행을 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협력업체는 ▶자사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 및 역량 강화 ▶연구개발·생산성 향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현대차·기아·협력사·정부가 공동으로 이중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선언식에 참석한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오늘날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톱3’로 성장하기까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 바탕에는 묵묵히 함께 노력해 준 협력사들이 있었다”며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복지를 기반으로 안전한 일터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진정한 동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도 “협력사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를 이번 상생협의체를 통해 해소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은주 당시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란봉투법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이은주 당시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란봉투법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상생협력은 정부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대안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통해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사용자에게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함으로써 이중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교섭창구 단일화 등 기존 노조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고, 특히 사용자 개념도 명확하지 않은 탓에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수천 개의 협력업체로 구성된 복잡한 산업구조 특성상 1년 내내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원하청 간 상생이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엔 조선업, 지난 9월엔 석유화학업에서도 상생협약이 체결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종합적인 이중구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중구조는 노사 일방에 책임을 지우는 입법적 규제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정책 등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대증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상생과 연대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사의 자발적인 협력이 실현되고 관행화될 때 비로소 좁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는 원하청 간 자율 개선은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원하청 사용자들이 이중구조 해소 대책을 자율적으로 강구하기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진정한 원하청 상생을 위해선 노조법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엄벌하며, 불법파견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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