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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노출 요양보호사, 부당해고 아니다" 대법 판단 가른 이것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기간제 요양보호사가 요양원 입소자들 앞에서 뱃살을 드러내고 춤을 췄단 이유로 징계한 뒤 재고용을 거절했더라도 이미 정년을 채운 뒤라면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일 부산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A 사회복지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A 법인이 정년이 지난 기간제 요양보호사와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한 것은 타당하다”며 이를 부당해고라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A 법인은 소속 기간제 요양보호사였던 60대 여성 B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서 “재고용 거절은 위법”이라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2021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법인은 2020년 7월 B씨가 정년 만 60세에 이르렀다며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B씨가 2018년 3월 입사해 근로계약을 거듭 갱신해 나간 지 2년 4개월 만이었다. A 법인의 취업규칙은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로 하고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퇴직한다. 다만 정년을 초과한 경우 별도로 촉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B씨에 앞서 요양원 직원 13명도 촉탁 계약을 통해 재고용됐다. 그런데 B씨는 예외가 된 셈이었다.

A 법인이 재고용 거절 사유로 든 것은 B씨의 징계 이력이었다. B씨는 앞서 2020년 1월 같은 성별인 여성 입소자·직원 앞에서 춤추며 뱃살과 속옷을 3~4초간 노출했다가 ‘직장 내 성희롱’ 의혹으로 무급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는데, 6개월 뒤 A 법인이 이를 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자 B씨는 구제신청을 넣었고, 중노위는 2021년 2월 “징계 이력 등만으로 재고용을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B씨 손을 들어줬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뉴시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뉴시스

 A 법인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1·2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단이 이어졌다. 쟁점은 B씨에게 ‘재고용에 대한 마땅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는 당연 퇴직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있을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가 갖는 갱신 기대권을 위배해 갱신을 거절하면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A 법인은 정년의 도달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촉탁직 근로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총 13명의 만 60세 이상 근로자와 신규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며 “이를 보면, B씨 본인도 정년이 도래하면 일정한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받아 촉탁직 근로자로서 계속하여 근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정직 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씨에 대한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기대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A 법인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존재하거나 그에 준하는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볼 수 없어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B씨 외에도 정년퇴직 처리된 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 법인의 정년 규정이 형식에 불과하였다거나 B씨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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