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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있다, 고로 쓴다…MZ '짠테크' 때 지갑 여는 이 어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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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1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스마트 시니어 페스티벌에서 한 참가자가 키오스크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1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스마트 시니어 페스티벌에서 한 참가자가 키오스크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액티브 시니어(55~69세의 활동적 장년층)'의 소비파워가 MZ세대(1980~2010년 출생 세대)를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LG경영연구원의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55~69세의 1인당 평균 소비 금액은 25~39세의 75% 수준이었는데, 2022년엔 85%로 뛰어올랐다. 3년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지윤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MZ세대의 소비가 늘어나며 이들이 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졌던 것과 달리, 시니어 계층이 젊은 소비자들보다 더 빠르게 소비를 늘려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물가·고금리에 MZ 소비 부진

고물가ㆍ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젊은 층은 소비를 줄인 반면, 상대적으로 부의 여력이 있는 고령층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통계청 통계개발원에서 발표한 ‘청년부채 증가의 원인과 정책 방향’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시 20대의 평균 연간 소비 감소 폭은 약 29만9000원(-1.3%)으로 60대의 3만6000원(-0.2%)보다 8.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소비 감소 폭은 20만4000원(-0.8%)으로 20대 다음으로 많았다. 윗세대에 비해 자산·소득이 부족하고 부채가 많은 MZ세대 특성상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지갑을 닫는 성향이 나타난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선 MZ를 중심으로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하루에 단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나 소비를 절약해 저축·투자를 확대하는 ‘짠테크’ 열풍이 일고 있다. 직장인 이예지(27·서울 은평구)씨는 “한 달에 100만원 안에서 생활비와 문화·여가 활동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올해 1월부터 체크카드를 쓰면서 외식 등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55~69세 소비지출, MZ의 0.9배 수준으로 뛰어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반면, 액티브 시니어는 높은 구매력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MZ를 밀어내고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정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 규모를 반영할 경우 액티브 시니어의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진다. 55~69세 전체의 소비지출 금액은 25~39세 전체가 소비하는 금액의 0.9배로 15년 전 0.4배 수준에서 급격히 확대됐다. 2007년과 비교해 25~39세 인구 비율이 25.8→20.3%로 줄어든 반면 55~69세 인구 비율은 12.8→21.9%로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가족을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과거 실버세대와 달리 요즘 액티브 시니어는 ▶개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점 ▶건강 수명이 73.1세까지 늘어난 점 ▶디지털 수용성이 높아진 점 등이 소비를 증가시킨 원인으로 꼽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정 연구원은 25~39세 청년과 비교할 때 액티브 시니어의 인구 비율이 2022년 기준 1.1배에서 2057년 2.1배까지 꾸준히 성장해 향후 더 거대한 소비집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령대별 1인당 소비 규모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55~69세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2057년 25~39세의 1.7배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MZ 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를 것이란 얘기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여유 자금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5060은 여태까지와 다른 굉장히 부유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데다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문화·감성까지 갖춰 앞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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