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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이긴 ‘어린 왕자’…다음 타깃은 미국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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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윙 교정이라는 모험을 통해 부활에 성공한 ‘어린 왕자’ 송영한. [중앙포토]

스윙 교정이라는 모험을 통해 부활에 성공한 ‘어린 왕자’ 송영한. [중앙포토]

2015년 조던 스피스(미국)는 파죽지세였다. 2014년 12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한 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에서 4타 차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스피스는 그해 US오픈에서도 챔피언이 됐다.

이후에도 스피스의 질주는 계속됐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과 2016년 첫 경기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했다. 스피스는 그러나 2016년 1월 아시안 투어 겸 일본 투어 대회인 싱가포르 오픈에 출전했다가 송영한(32)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 스피스의 기세가 꺾였다.

당시 송영한은 곱상한 외모로 ‘어린 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골든 보이’ 스피스를 꺾고 우승한 송영한도 그 이후엔 평탄한 길을 걷진 못했다.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인왕, 2015 일본 투어 신인왕 출신인 송영한은 스피스를 꺾은 2016년 일본 투어 상금랭킹 4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7년엔 10위, 그 이후엔 40위권 이후로 밀렸다. 싱가포르 오픈 우승이 그의 유일한 우승이었다. 2019년 입대한 뒤엔 군 복무로 인한 공백도 있었다.

2016년 싱가포르 오픈 우승 당시 조던 스피스(왼쪽)와 셀카 찍는 송영한. [연합뉴스]

2016년 싱가포르 오픈 우승 당시 조던 스피스(왼쪽)와 셀카 찍는 송영한. [연합뉴스]

지난해엔 일본 투어 시드마저 잃을 위기를 맞았다. 19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대회장에서 만난 송영한은 “이대로 가다가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겠다고 생각해 친구인 이정우 프로의 도움을 받으며 스윙교정을 했다. Q스쿨이나 2부 투어로 갈 각오도 했다”고 말했다.

투어 프로가 스윙을 교정하는 건 큰 모험이다. 성공한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송영한의 도박은 성공이었다. 송영한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대회에서 톱 10에 들면서 일본 투어 출전권을 지켰고, 올해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송영한의 일본 에이전트인 쿠스타니 나오미는 “얼굴 인상과 달리 송영한 선수는 엄청 독하다. 지난해 부진을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결국 이겨내더라”고 말했다.

송영한은 “일단 티샷 거리가 20m 정도 늘었다”면서 “백스윙 때 힘이 아래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젠 약간 위로 가도록 바꿨다”고 했다. 이전보다 지면 반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샷거리가 늘었다고 반드시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그린 적중률이다. 송영한의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 65.8%(58위)에서 올해 74.7%(1위)가 됐다.

그러면서 송영한의 평균 타수는 지난 시즌 71.8에서 올 시즌엔 70.1타로 줄었다. 평균 1.7타라면 4라운드로 치면 6.8타다. 송영한의 상금랭킹은 지난해 51위에서 올해 5위가 됐다. 지난 8월 일본 투어에서 7년 7개월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봤고, 2등도 4번이나 했다.

송영한은 19일 끝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합계 2언더파 공동 17위에 올랐다. 송영한은 “이번 주엔 운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샷이 좋아져 어느 대회든 경쟁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 32세인 송영한은 더는 어린 왕자가 아니다. 곱상한 얼굴로 스피스를 꺾었던 2016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 송영한은 “그때는 퍼트가 좋아서 우승했다. 샷은 지금이 훨씬 좋다. 경기 운영 능력도 안정됐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미국 투어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던롭 피닉스 우승자는 아마추어=50주년을 맞은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는 처음으로 아마추어 우승자가 나왔다. 유일한 아마추어 참가자인 일본의 스기우라 유타(22)가 합계 12언더파로 메이저 대회 우승자인 브룩스 켑카, 윈덤 클라크, 마쓰야마 히데키 등을 제치고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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