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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컷칼럼

김포시장 “서울로 가자” 주민들 “5호선 연장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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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시장 간담회서 들어본 김포신도시 여론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본동 행정복지센터. 김병수 김포시장(국민의힘)이 주변 아파트 주민 100여 명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테마가 있는 소통광장’이란 제목으로 마련한 주민 간담회의 첫 번째 순서였다.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시작한 간담회는 2시간을 넘겨도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장기동은 정부가 2기 신도시로 개발한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완공된 지역이다.

 단상에서 주민들의 질문과 건의사항을 듣고 있던 김 시장이 답변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오늘 확실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서울 편입 문제보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이 더 중요하구나. 제가 장담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주민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서울 편입론 놓고 엇갈린 반응
주민 요구는 교통대책에 초점

“교통지옥 해소가 최우선 과제,
행정구역 변경은 그 다음 문제”

시장도 “5호선이 더 중요” 인정
경기북도 편입론엔 반대 입장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서울시민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명분’보다는 교통지옥 해소라는 ‘실리’부터 하루빨리 챙겨달라는 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변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인 A씨는 “지금 김포에서 가장 시급한 건 5호선 연장이란 교통대책”이라며 “5호선이 먼저 해결되면 서울 편입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교통지옥 해소 실리부터 챙겨야”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왔다는 B씨는 “서울 편입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성급한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바다를 낀 김포가 서울에 포함되면 서울에도 항구가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김포에는 작은 항구만 있고 큰 배가 다닐 수 있는 곳이 없다. 어차피 큰 배는 인천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0대 김포시민이라고 소개한 C씨는 “우리가 서울로 가기만 하면 5호선과 9호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최단 시간 안에 다 해결되는 건가. 내부 검토 자료가 있다고 하는데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장은 서울 편입과 5호선 연장은 별개의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연히 서울 편입보다 5호선 연장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별명이 ‘5호선 시장’이다. 5호선 연장 안 되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선 “원래는 천천히 얘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서울 편입 얘기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교통대책 부실 신도시 개발의 비극

 김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구 50만 명(외국인 포함)의 대도시가 됐다. 한강 하구 김포평야를 배경으로 도·농 복합도시로 성장했다. 인구 증가의 결정적 계기는 김포한강신도시 개발이었다. 신축 아파트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30~40대 부부가 신도시의 중심을 이뤘다. 그런데 신도시 교통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잇는 경전철(김포골드라인)이 2019년 개통했지만 이내 ‘지옥철’로 변했다.

 김포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신도시 주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한 건 5호선 연장이었다. 이해 당사자인 김포와 인천이 서로 다른 노선을 주장하면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쟁점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를 경유하는 5호선 역사를 몇 개로 하느냐는 것이다. 인천은 4개 안, 김포는 1.5개 안을 내면서 양쪽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조만간 중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김 시장과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을 만났다. 이들은 국토부 중재안을 따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양쪽이 모두 만족할 만한 ‘묘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으로 5호선 연장이나 경전철 혼잡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김 시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서울 편입 이후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 데 불리해질 수도 있다. 광역철도를 건설할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비 분담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포가 경기도에 있으면 국비 70%, 지방비 30%를 적용한다. 만일 서울로 들어가면 국비 50%, 지방비(서울시 예산) 50%가 된다. 국비 지원이 줄어드는 만큼 서울시민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걸 따져보고 (김포의 서울 편입을) 얘기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시장 “경기북도 생기면 우리는 섬”

 김 지사는 경기도에서 한강 이북 지역을 북부특별자치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경기 북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문제의식이 깔렸다. 같은 경기도라도 남부와 북부는 산업·일자리·교통 여건 등이 크게 다르다. 그런데 수도권에 속했다는 이유로 경기 북부도 개발 규제를 받고 있다. 만일 남부와 북부가 분리하면 북부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세 건의 경기북도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에는 야당 의원(더불어민주당 김민철)과 여당 의원(국민의힘 최춘식·김성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 법안은 공통으로 김포를 경기북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기도의회는 여야 구분 없이 경기북도 추진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도의회 경기북도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임상오 도의원이 맡고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북도도 싫고, 남도도 싫다는 입장이다. 김포의 북쪽은 한강이 막고 있고, 남쪽은 경기도 다른 도시와 연결된 부분이 없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으니 차라리 서울로 들어가자고 김 시장은 주장한다. 그는 “김포와 경기 북부를 연결하는 한강 다리는 일산대교뿐”이라며 “양쪽은 생활권이 단절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김포가 경기남도로 가면 다른 지역과 뚝 떨어져 ‘섬 아닌 섬’이 된다. 전국 어디에도 이런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하는 김포시민들도 만만찮아

 반면 김 지사는 김포가 서울로 가면 규제 강화의 불이익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는 “김포는 성장관리권역, 서울은 과밀억제권역이다. 여당은 이런 점을 따져본 적이 있냐”고 말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은 전 지역이 과밀억제권역에 속한다. 해당 구역에선 인구나 산업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특별히 강력한 규제를 적용한다.

 김포에서 서울 편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포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시민의힘은 지난 7일 김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의 김대훈 운영위원장은 “서울 편입을 얘기하기 전에 건폐장(건설폐기물처리장) 없는 5호선 노선 확장과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우선해야 한다”며 “김포를 팔아먹기 위한 혹세무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경기도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편입 반대(66.3%)가 찬성(29.5%)보다 훨씬 많았다. 김포시민도 반대(61.9%)가 찬성(36.3%)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김포의 찬반 비율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 리얼미터는 김포의 응답자 수가 몇 명인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포시민이라도 모두가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게 아니란 점은 알 수 있다.

하남 감일·위례동 주민 “우리부터 서울로”

지난 8일 하남 감일·위례동 주민들이 서울 편입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하남 감일·위례동 주민들이 서울 편입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주민들이 서울 편입 요구에 앞장선 곳도 있다. 경기도 하남 감일·위례동이다. 지난 8일 오후 하남시 위례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주민 200여 명이 모여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서울의 찬가’를 함께 부르며 “경기도 탈출, 우리는 서울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편입론을 제기하면서 ‘동일 생활권’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김포에서 열린 교통대책 간담회에서 “서울시하고 같은 생활권이라고 한다면 원칙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걸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서울과 접한 도시는 김포를 포함해 12곳이다.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생활권이 연결돼 있다.

 김 대표의 생활권 기준으로 하면 위례신도시가 김포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데 길 하나 차이로도 행정구역이 달라지는 곳이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하남·성남시의 3개 시·구에 걸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개발했다. 김광석 하남위례입주자대표 연합회장은 “위례신도시는 애초에 송파신도시로 계획됐다. 탁상행정으로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권과 생활권의 불일치로 인한 주민 불편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곳은 하남 전체가 아니라 위례신도시 등 일부 지역이란 한계가 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서울 편입론에 대해 ‘차분한 대응’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하남시의회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이 시장은 “막연한 희망만 갖고 대처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글 = 주정완 논설위원 그림 = 윤지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