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보인다…"전환점, 내년엔 금리 인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한고비를 넘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 지표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가시화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를 기록해 9월(3.7%)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4%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CPI는 9·10월 사이 1.4%포인트(전년 대비, 4.3%→2.9%) 둔화했다. 선진국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장 셌던 영국도 같은 기간 CPI 상승률이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6.7%→4.6%).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등 그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던 요인들이 진정된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을 높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당초 우려만큼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년간 물가와 싸우던 각국 중앙은행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내년에 금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세계 경제에 안도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미국과 유로존, 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지만, 경제 지표들이 둔화하면서 이들 중앙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커졌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선진국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로존이 내년 봄부터, 영국이 여름부터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영국이 내년 5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고, 미국과 유럽이 6월에 뒤따를 것으로 봤다.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각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올 3분기까지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도 지난달에는 3월 이후 처음으로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감소(-0.1%)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유럽은 글로벌 무역이 둔화한 가운데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 부진에 유탄을 맞으면서 침체 경고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리글 앤 제너럴의 크리스 테슈마허 펀드 매니저는 "침체 시기와 깊이에 따라 내년 첫 금리 인하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각 중앙은행의 목표치(2%)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많은 전문가는 내년부터 금리를 내리더라도 팬데믹 이전 수준의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지정학적 긴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거나 제조업 공장을 이전하는 등 생산 비용이 비싸질 수 있다.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인 중립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