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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한국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침체된 e스포츠 반등 시동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개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결승전에 참가하는 한국 구단인 SKT T1 선수들이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개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결승전에 참가하는 한국 구단인 SKT T1 선수들이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황제’ 페이커(이상혁)는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서울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LoL·롤) 2023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전에 글로벌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회 주관사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결승전을 발판으로, 얼어붙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되살리려고 한다.

무슨일이야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다. 한국의 ‘SKT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임즈’가 맞붙는 한중전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은 2018년 인천 경기 이후 5년 만이다. 1만 8000여개 관람석은 지난 8월 진행된 사전예매에서 20분 만에 모두 팔렸다.

국내 팬들의 관전 포인트는 페이커가 소속된 팀 T1의 우승 여부다. T1은 준결승전에서 올해 유력 우승 후보였던 중국의 ‘징동 인텔 이스포츠 클럽(JDG)’을 누르고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T1은 세계 정상급 선수인 페이커를 앞세워 역대 12번의 롤드컵 대회 중 최다 우승(3회)을 차지한 강팀이지만, 최근 성적은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마지막 우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16년 대회다. 지난해에는 결승전에서 또다른 국내 e스포츠 구단 DRX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상대인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은 ‘신흥 강호’로 평가된다. 롤드컵 우승 경험은 없지만,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중국 강팀 ‘빌리빌리 게이밍(BGL)’을 준결승에서 접전 끝에 물리쳤다. 감독(양대인)과 코치(김상철), 주장인 더샤이(강승록)까지 한국인인 팀이다.

왜 중요해

이번 롤드컵이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얼어붙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월 ‘e스포츠 세계가 휘청거린다’는 기사에서 ”최근 미국 e스포츠 시장은 흑자 전환에 실패한 각 구단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손해를 감수하고 구단을 매각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흥원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도 1204억원(2020년)에서 1048억원(2021년)으로 축소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e스포츠 업계에선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전이 침체된 분위기를 반등시킬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전반적인 선수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에 글로벌 팬층이 두텁고, 시장 규모도 커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국가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한국(2억7440만 달러)이 미국(8억7100만 달러)과 중국(4억452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또 한국은 1999년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 인기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PKO)’을 개최한 e스포츠 종주국이기도 하다.

나즈 알레타하 라이엇 게임즈 롤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롤드컵 예선전부터 준결승까지 내부 잠정 집계한 시청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영국 프로 축구 리그를 글로벌 팬들이 시청하는 것처럼, 한국 롤 프로리그인 LCK도 세계 곳곳에서 시청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영향과 경기침체 등으로 e스포츠 시장이 쪼그라든 뒤 좀처럼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롤드컵 흥행을 계기로 다른 국내 e스포츠 리그도 반등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흑자 e스포츠’를 향하여

라이엇게임즈의 궁극적 목적은 ‘지속 가능한 e스포츠 리그’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다. 현재는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각 게임사가 마케팅 및 게임 산업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화 방안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적자 신세다. 라이엇게임즈는 올해를 기점으로 e스포츠 리그 수익화에 나설 계획이다. e스포츠 경기를 홈페이지에서 중계하면서 기념품이나 게임 내 상품 판매로 연결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개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왼쪽부터) 제레미 리 라이엇 게임즈 롤 총괄 프로듀서, 나즈 알레타하 라이엇 게임즈 롤 e스포츠 글로벌 총괄, 존 니덤,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사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지난 15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개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왼쪽부터) 제레미 리 라이엇 게임즈 롤 총괄 프로듀서, 나즈 알레타하 라이엇 게임즈 롤 e스포츠 글로벌 총괄, 존 니덤,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사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롤드컵 참가 구단에게 돌아가는 수익 배분 방식도 e스포츠 생태계를 살리려는 라이엇게임즈 측 의중이 반영됐다. 올해 대회를 기념해 출시한 디지털 상품의 전체 매출액 중 25%를 총상금(222만5000 달러)에 더하기로 했다. 상금도 일부 팀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 순위에 따라 총상금을 비율대로 나눠갖는 식으로 운영된다. 우승팀에겐 총상금의 20%가 돌아가고, 2위 구단에는 15%, 3~4위 구단은 8%를 가져가는 식이다. 제레미 리 라이엇 게임즈 롤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라이엇은 (e스포츠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며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