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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법 개정 서둘러 ‘꼼수 위성정당’ 막아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5호 30면

송영길, 조국 잇따라 비례신당 창당 움직임

위성정당 난립 ‘연동형 비례’ 독소 조항 탓

여야, 연말까지는 법 고쳐 총선 정상화해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신당 창당을 구상 중임을 내비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례대표 신당설도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1심)받았고, 송 전 대표도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사람들이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갈 뜻을 흘릴 수 있는 건 ‘누더기’ ‘야바위’란 비난이 과하지 않을 만큼 문제투성이인 현행 선거법 때문이다.  이 법은 21대 총선을 넉 달 앞둔 2019년 12월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군소 정당들과 야합해 통과시킨 것이다. 여당이 제1야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법의 핵심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득표율의 50%만큼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적용됐다. 지역구 의석이 적을수록 혜택이 커지니 거대 정당도 위성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자유한국당은 미래한국당을 각각 만들어 비례 의석을 싹쓸이했다. 심지어 제2의 위성 정당까지 생겼다. 위성 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까지 벌어졌다.

2020년 총선에서 이 법을 업고 자질이 의심되는 후보들이 여럿 국회에 입성했다. 윤미향·최강욱·김의겸·김홍걸 등 물의를 빚은 의원 상당수가 위성 정당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선거법을 당장 고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자질 미달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우려가 크다.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어 본인을 비례대표 앞번호에 배정하고, 3% 이상만 득표하면 국회의원이 돼 민주당의 우군 노릇을 하게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생긴다. 범죄 혐의로 정계에서 퇴출당해야 할 인사들의 신분세탁과 국회 입성 통로로 선거법이 악용될 판이다.

알바니아·베네수엘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위성 정당들이 속출하자 폐기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선거법 개정 기구인 정치개혁특위가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 1년 전 선거법을 확정하라는 법정 시한도 또다시 무시됐고,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12월 12일)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처럼 47석으로 동결하는 데는 공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당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원래 제도(병립형)로 회귀를 원하는 반면 민주당은 비례 의석을 지역구 당선자 수와 연관 지어 배분하는 ‘연동형’을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조국 신당’ 같은 악재를 우려해 내심으론 원점 회귀를 선호하지만, 진보 성향 군소 정당들을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의원 30명이 지도부를 향해 “개정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는 성명을 냈겠는가.

이렇게 선거법 개정의 가닥조차 잡히지 못했으니 선거구 획정은 손도 대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 10일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여야가 입맛대로 선거구를 찢어 붙이는 게리맨더링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그럴수록 신인 후보에 불리하고 현역에게 유리하다. 유권자의 알 권리도 제약된다. 이래선 안 된다. 선거법 개정의 답은 하나다. 사표를 줄이고 비례성을 강화해 양당·진영 정치 해소에 기여하는 법이 돼야 한다. 여야는 즉각 선거법 개정 논의를 개시해 늦어도 연내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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