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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행정망 마비 사태…"관계자 70여명 대전에 불러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1시35분쯤 부산 연제구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업무 처리를 위해 방문한 민원인에게 공무원들이 새올 전산 오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7일 오후 1시35분쯤 부산 연제구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업무 처리를 위해 방문한 민원인에게 공무원들이 새올 전산 오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7일 발생한 민원서류 발급 마비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정부 공개 키 인프라(GPKI) 인증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GPKI에 문제를 일으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국정자원정보관리원 등에 따르면 행정망 마비 사태 배경엔 GPKI 인증 시스템이 있다. 개인이 은행에서 온라인 금융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발급받는 ‘공동인증서’와 비슷하게, 자치단체 공무원도 행정 정보 시스템(새올)에 접속하려면 우선 GPKI를 인증해야 한다. 쉽게 말해, 공무원이 업무 시스템에 로그인할 때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를 검증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뜻이다.

민원 서류 발급 마비 유발한 GPKI 인증 시스템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전산 오류로 발급 가능 서류를 제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전산 오류로 발급 가능 서류를 제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애초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GPKI 인증 시스템을 구성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말썽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16일 네트워크 장비 패치 작업을 진행했다. 패치 작업은 시스템 개선을 위해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17일 정오경만 해도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면 오늘 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해결했다는 소식은 17일 오후 6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패치 작업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였다고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16일 네트워크 패치 작업을 진행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 하나가 문제였다면 복구가 쉬울 텐데, 인증 시스템이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대기번호표 뽑는 기계에 붙어있는 공지문. 민원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대기번호표 뽑는 기계에 붙어있는 공지문. 민원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일각에서는 미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하드웨어적으로 불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딱히 이게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은 원인을 특정하지 않고 분석 중인 상황”이라며 “명확히 해당 장비가 불량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8시 현재 복구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 ▶운영업체 ▶장비유지관리업체 ▶기술지원업체 관계자 70여명을 대전에 불러모은 상황”이라며 “주말이 가기 전에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 장관, 디지털 정부 홍보 차 해외 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오전(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디지털네이션스 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오전(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디지털네이션스 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일대 혼란이 계속하는 동안 행정안전부의 미숙한 일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 공공기관의 온·오프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일제히 멈춰섰지만 정부는 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행정기관을 방문한 시민들은 대부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행정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정부는 온종일 우왕좌왕하며 뾰족한 입장이나 진행 상황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대출서류 급한데"…주말 앞둔 금요일 '민원서류 올스톱' 쇼크

예상보다 복구 작업이 지연하면서 지자체 민원실과 정부24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자, 정부는 후속 조치에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처리하는 납부·신고 등 공공 민원은 시스템을 복구해 납부가 가능한 시점까지 납부기한을 연장했다. 행정절차법 제1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으로 기간·기한을 지킬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끝나는 날까지 기간 진행이 정지된다.

또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 즉시 처리를 필요로 하는 민원은 일단 지자체 민원실에서 수기로 접수를 하고. 이후 오늘(17일) 자로 소급해 처리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외에도 이날 전산망 장애로 발생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조해 국민 불편·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국 ‘디지털 정부’를 홍보하기 위해 해외 출장 중이다. 총 8일 동안 포르투갈·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포르투갈에서 열린 디지털 네이션스 장관회의에 참석했고, 이틀뒤인 16일(현지시각)에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악셀 판 트로첸부르크 세계은행 사무총장과 디지털 정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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