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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주 의식불명 만든 그 병, 국내서 최근 4주간 2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허베이성·중부 허난성 등에서 아이들이 많이 걸려 소아과 마비 사태까지 일으키고 있는 병이다. 지난해 12월 태국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가 의식불명에 빠진 원인으로도 지목되면서 위험성이 강조됐다. 방역 당국은 중증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코로나19 등과 동시에 감염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며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가 최근 4주간 약 2배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0월 3주차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102명이었는데 11월 2주차에는 226명으로 증가했다. 또 전체 입원 환자 수는 최근 4주간 6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196명의 3배 이상이다. 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3~4년 주기로 유행한다”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마지막 유행했고, 올해 9월부터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79.6%는 12세 이하의 아동이었다. 나이별로는 7~12세가 111명(49.1%)으로 가장 많다. 1~6세가 69명(30.5%), 19~49세가 17명(7.5%), 13~18세가 14명(6.2%), 65세 이상이 7명(3.1%)다. 아이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양진선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소아가 성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학령기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의 단체 생활로 서로 접촉이 많은 게 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대표 증상은 심한 기침과 고열이다. 잠복기가 2~4주 정도인데 처음에는 단순한 발열과 기침, 두통, 인후통으로 시작해 점차 목이 쉬면서 기침이 지속한다. 처음에는 마른기침이지만 점차 가래가 섞인 기침을 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반 감기 증상이 일주일 정도 지속하는 데 비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증상이 3주 정도 이어진다. 환자의 30~40%에서는 구토나 복통, 피부 발진이 동반된다. 약 3주 이내에 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중증이 되면 뇌수막염과 뇌염, 신근염, 관절염 등도 일으킨다. 김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균이 직접 기도 상피 세포를 감염시켜 염증 반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이차적으로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호흡기가 아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기침이 악화하는 양상이거나 고열이 지속하면 병원에 꼭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마이코플라스마 균 감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없다. 또 국내 감염의 80% 이상이 1차 항생제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을 가진 내성균이라는 게 우려되는 점이다. 김 교수는 “1차 항생제가 안 들으면 2차 항생제나 전신 염증 반응을 줄이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를 써야 하는데, 2차 항생제는 사용 나이 제한이 있고, 항염증 스테로이드제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아이에게 등교ㆍ등원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올바른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키도록 하고,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동 공간에서 식기, 수건, 장난감 등의 공동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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