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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석천의 컷 cut

암 것도 아닌 게 되잖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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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섬마을에 사는 중학생 서목하(박은빈)는 가정폭력에 멍들어간다. 그의 꿈은 오직 하나, 가수가 되어 스타 윤란주(김효진)를 만나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 기호의 도움으로 집을 빠져나와 육지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설렘도 잠시. 목하는 뒤쫓아온 아버지를 피하려다 바다에 빠지고 만다. 무인도로 표류해 목숨을 건지지만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이야기다. 그렇게 15년이 지나 31세가 된 목하를 한 방송사 기자가 구조한다. 고향에 눌러앉으라는 기자의 충고에 목하는 서울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 이유가 이 한 문장이다. “그라믄 암 것도 아닌 게 되잖애요.” 란주 언니 만나겠다고 배를 탔고, 그 후 15년을 헤매다 왔는데, 이곳에 눌러앉으면 15년 세월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이다.

컷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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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꿈을 포기하고 주저앉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구나. 장애물이 있고, 시련이 있다고 물러서게 되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왔던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 고비를 넘어서야 내가 지켜왔던 마음이 의미를 가지게 된다.

목하는 어떻게 15년을 견뎠을까. 그가 무인도 생활에 지쳐 삶을 끝내려고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라면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발견한다. “5분만 더 먼저 죽어불 생각을 했으믄 이 맛을 못 보고 죽었겄구나. 그래서 걍 살기로 했어요. 아이스박스를 지달림서. 5분만 더, 5분만 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실한 ‘지달림’이다. 기다리지 않으면 새날을 맛볼 기회조차 누릴 수 없다.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목하가 무인도에서 노래 연습을 멈추지 않았듯 스스로를 단련하며 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다면 분명 그 이상의 대가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부디 파이팅 하시고 힘을 내시라.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