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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서 가사·육아로…앱으로 파트타임 일하는 50대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모(55)씨는 월·화·목요일마다 3시간씩 일한다. 생후 25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아이의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돌보는 일이다. 강씨는 3년 전 아이 돌봄 플랫폼 ‘맘시터’에 아이 돌보미로 등록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었는데 종일 근무하는 일자리는 구하기도 어렵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며 “근무시간이 짧다 보니 많이 벌어봐야 월 100만원이지만, 용돈 벌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9월 13일 서울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여성 구직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9월 13일 서울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여성 구직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50대 이상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플랫폼 노동의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배달 라이더로 대표되던 플랫폼 노동이 가사·돌봄 등의 분야로 퍼졌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의 주축이 젊은 남성에서 고령의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여성·시간제가 취업자 증가 견인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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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통계청 경제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 수는 290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9000명(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34만6000명 늘었는데 그 절반이 넘는 54.6%를 60세 이상 여성이 차지했다. 고용시장에 진입한 고령층 여성 상당수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했다. 지난 8월 시간제 노동자는 1년 전보다 18만6000명 증가했는데 이 중에서 60세 이상 여성이 11만6000명으로 전체의 62.4%에 달한다.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돌봄 및 가사·육아 서비스에 종사하는 50세 이상 여성은 2019년 상반기 44만5000명에서 올해 상반기엔 62만5000명으로 늘었다. 4년간 증가율은 40.4%다. 배달업의 경우 핵심 연령대인 30~40대 남성 근로자가 같은 기간 15만6000명에서 20만9000명으로 34% 증가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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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돌봄 시터, 엔데믹에 희비 교체

총 증가율로도 돌봄 및 가사·육아 근로자의 증가세가 더 가팔랐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종료 이후엔 희비가 명확히 엇갈린다. 30~40대 남성 배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선 지난해보다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 돌봄 노동 여성은 올해 상반기에 1년 전보다 종사자 수가 7.2% 늘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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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이 돌봄 플랫폼 ‘맘시터’에 가입한 돌보미 수는 2017년 1만명에서 2019년 26만명, 이달엔 80만명으로 늘었다. 청소·가사도우미를 매칭해주는 서비스 ‘청소연구소’에 가입한 매니저 수는 지난달 12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 초(2만명)와 비교하면 6배 늘었다.

돌봄 수요 증가세 계속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고령층에서도 올라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0세 이상에서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고령층도 플랫폼 노동에 진입하기 용이해졌다. 고령층 특성상 장시간 근무가 어렵다 보니 플랫폼 노동 선호도도 높다. 청소연구소 관계자는 “소속 청소 매니저 70% 이상이 50~60대 여성”이라며 “앱을 이용해 가입·매칭 등이 이뤄지다 보니 플랫폼 접근성이 높아진 게 가입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많아지고, 맞벌이는 늘면서 돌봄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대기 시간 없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는 게 가능해졌다. 김시동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출생아 수가 줄었다고 해도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 돌봄 노동자 수요는 증가했고, 고령층도 늘면서 요양보호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 결과 돌봄·가사·복지 분야에서 취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타임 나쁘다? 인식 바뀌어야”

고령 여성의 일자리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고령층이 플랫폼 노동에 뛰어드는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 ‘일하는 노년’도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플랫폼 노동과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일제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 시간제는 나쁜 일자리라는 식의 구분은 구시대적”이라며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를 근로 형태 중 하나로 장려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여성의 고용시장 참여를 위해서도 필요한 고용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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