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이름 읽다 열차 놓칠판"…대구 '부호경일대호산대역'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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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선 위치도. H2정거장이 부호경일대호산대역으로, H3정거장이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정해졌다. [사진 대구시]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선 위치도. H2정거장이 부호경일대호산대역으로, H3정거장이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정해졌다. [사진 대구시]

내년 11월 개통하는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2개 역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가와 시민의 요구 사항을 모두 반영하려다 역명이 너무 길고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구 교통공사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는 최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안심~경북 경산 하양 연장 구간에 신설되는 구간 2개 역명을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경산시는 하양읍 부호리와 금락리에 들어설 2개 역명과 관련해 시민 제안을 받았고, 안을 역당 3개로 추렸다. 이후 지난 13일 열린 경산시 시정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됐다.

“부르기 쉬워야 한다”는 기준 어긋나

이들 2개 역 이름은 모두 8자로 대구 도시철도 역명 가운데 가장 길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92개역(1호선 32개, 2호선 29개, 3호선 30개) 가운데 가장 긴 이름의 역은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으로 7글자다. 특히 ‘부호경일대호산대역’은 ‘부호’라는 지명에다 ‘경일대’와 ‘호산대’ 대학명이 두 개나 결합했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신설 역명은 자치단체에서 시민 의견을 모아 지자체 조정위에서 논의한 뒤 결정한다. 이후 지역 교통공사에 통보한다. 다만 도시철도 역명 제정 기준 중 첫 번째가 ‘시민이 이해하고 부르기 쉬우며 그 지역을 대표하되, 역당 하나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여서 해당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명 유치전’ 나선 대학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구간 개통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대구대 총학생회가 1호선 하양 역명과 관련한 입장문을 경산시에 전달했다. [사진 대구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구간 개통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대구대 총학생회가 1호선 하양 역명과 관련한 입장문을 경산시에 전달했다. [사진 대구대]

앞서 경산 하양읍과 진량읍에 위치한 대학은 1호선 신설 역명 유치전을 펼쳤다.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역명이 정해지기 전 대구가톨릭대는 정문 인근 시계탑 기둥을 ‘대구가톨릭대역 1번 출입구’로 꾸미기도 했다. 대구대 총학생회는 경산시에 의견문을 전달해 “대구대 2만 학생의 염원을 담아 시장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새로운 하양 연장 구간 역명은 ‘대학 편 가르기’가 아닌 ‘대학 상생’ 원칙에 따라 결정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역명에서는 빠졌다.

경산시 관계자는 “두 번째 역명 제정 기준에 ‘대학교와 인접하는 등으로 인해 시민이 해당 대학교를 지역 대표 명칭으로 인지할 수 있고 인근 주민 다수가 동의하면 대학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지역명+대학명’을 병기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도 ‘특혜’ 10글자 역명 논란 

국내 도시철도 역명 가운데 가장 긴 이름의 역은 부산지하철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으로 10글자다. 2014년 문전역 명칭을 바꾼 것이다. 당시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과 기업 활동을 통해 부산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부산은행 공헌도 등을 고려해 이름을 역명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공공시설인 도시철도 역 이름에 사기업인 ‘부산은행’을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정 기업에 홍보 효과를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역명 논란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자체가 조정위 논의까지 거쳐 정하기 때문에 공사에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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