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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노벨상 받은 '숲 메이커'…“니제르 농민 인식 바뀌니 2억 그루 되살아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을 수상한 토니 리나우도(66) 호주 월드비전 기후변화대응 수석 고문은 “숲을 만드는 사람(Forest Maker)”로 불린다.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농학자로 활동하던 그는 현지 농민이 참여하는 토지·산림 복원사업(FMNR, Farmer Managed Natural Regeneration)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니제르에서만 한국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5만㎢ 땅을 복원하고 약 2억 그루의 나무를 되살렸다.

숲 조성가 토니 리나우도 호주 월드비전 기후변화 대응 수석고문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숲 조성가 토니 리나우도 호주 월드비전 기후변화 대응 수석고문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3일 한국 월드비전이 주최한 '민관협력을 통한 개도국의 산림복원·기후 탄력적 발전' 세미나에 참석한 리나우도 고문을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가짜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리나우도 고문은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 문제로 인한 재난은 아프리카·아시아의 낙후된 지역에 사는 가난한 아동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라며 “FMNR은 취약한 아동과 지역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FMNR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기존 정부 주도의 토지·산림 복원 사업은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농민들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1981년부터 일한 니제르에서 만난 농민들은 “좋은 농부란 나무를 잘 베어 땔감을 잘 가져오는 ‘깨끗한 농부’”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의 개선 없이는 정부에서 아무리 나무를 많이 심어도 소용 없었다.
농민들의 저항과 반대도 있었을 텐데.
FMNR 사업 초기인 1983년 니제르에선 끔찍한 가뭄이 발생했고 아이들은 기아에 시달렸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시작했다. 일단 1년 동안 약 3000평 규모의 토지에 단 40그루의 나무만 먼저 재생해보자고 농민들을 설득했다. 서로의 기술·경험을 공유하자고도 제안했다. 나무 재생 사업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대신 농민의 경험을 알려달라는 식이다. 낯선 농학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함께 ‘산림 복원’의 여행을 떠나자고 말하면서다.
아프리카 니제르 FMNR 프로젝트을 통한 변화. 황무지(왼쪽)에서 FMNR 프로젝트 통해 변화한 모습(오른쪽). 사진 월드비전

아프리카 니제르 FMNR 프로젝트을 통한 변화. 황무지(왼쪽)에서 FMNR 프로젝트 통해 변화한 모습(오른쪽). 사진 월드비전

농민 참여형 FMNR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약 20년 동안 니제르에서만 5만㎢의 토지를 복원됐다. 이는 약 2억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토양이 됐다. 니제르 정부는 리나우도 고문에게 외국인 최고 영예인 ‘농업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 이후 호주 월드비전으로 자리를 옮긴 리나우도 고문은 케냐·에티오피아 등 29개 국가에서 FMNR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홍보하고 있다.

숲 조성가 토니 리나우도 호주 월드비전 기후변화 대응 수석고문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숲 조성가 토니 리나우도 호주 월드비전 기후변화 대응 수석고문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엔 기후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기후는 차별하지 않는다. 후진국뿐만 아니라 한국・호주 같은 선진국도 기후위기의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매일 뉴스에서 기후 문제에 관한 경고는 나온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저 자신과 한국, 호주에 보내는 단 한 마디는 ‘깨어나라(wake up)’다. 결코 가뭄과 산불이 나지 않던 곳도 땅이 말라가고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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