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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상담원 쓰자 만족도 껑충...SR 고객센터 변신 비결 셋

중앙일보

입력

SR 본사 2층에 마련된 고객센터. 사진 SR

SR 본사 2층에 마련된 고객센터. 사진 SR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수서역 인근 SR(수서고속철도) 본사 2층에 자리한 고객센터. SR이 운영하는 고속열차인 SRT 관련 각종 민원과 문의가 쏟아지는 창구답게 상담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겉으론 다른 고객센터와 별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SR 고객센터는 올 하반기 놀라운 변신을 했다. 평균 60%에 그쳤던 민원전화 응답률이 97%로 무려 37%p나 치솟았다.

 응답률은 걸려온 민원전화를 상담원이 실제 받은 비율로 고객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종전에 100통의 전화 중 60통만 연결됐다면 현재는 100통 중 97통을 받는다는 의미다. 참고로 코레일 고객센터의 응답률은 77% 수준으로 전화 콜 수와 운영시간에서 차이가 있다.

SR이 운영하는 고속열차 SRT. 뉴스1

SR이 운영하는 고속열차 SRT. 뉴스1

 하루 평균 상담원들이 받은 민원전화 수도 기존 592건에서 922건으로 55%나 증가했다. 또 상담원 연결까지 20초 이내로 소요된 전화 비율도 25.9%에서 79.7%로 급증했다. 그만큼 고객이 상담원 연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다는 얘기다.

 SR 고객센터에는 주로 승차권 예매와 결제(27.6%), 승차권 반환(16.6%), 열차시각·운행노선(15.1%) 등과 관련한 문의가 많다.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처리하려다가 어려움을 겪고는 고객센터로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상담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문제를 해결한 뒤 감사를 표하는 고객 인사도 종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한다.

  출처 SR

출처 SR

 이처럼 고객센터가 확 바뀐 비결로 SR은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고객센터 운영업체를 종전 코레일네트웍스에서 민간 전문업체로 교체한 것이다.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승차권 예약·발매와 고객센터 운영 등을 담당하는 기타공공기관이다.

 앞서 SR은 2016년 출범 당시 민간업체에 고객센터 운영을 맡겼으나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 여파로 코레일네트웍스와 2019년 9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SR과 코레일 네트웍스는 위탁수수료, 인력운영, 낮은 응답률 등 여러 쟁점으로 이견을 보여왔으며 지난해 말 통복터널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선사고 당시 대처를 두고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5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종국 SR 사장. 강갑생 기자

지난 1월 5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종국 SR 사장. 강갑생 기자

 당시 단전사고로 SRT 열차가 고장을 일으키고 운행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고객센터에 문의 전화가 폭증하자 SR이 코레일네트웍스에 긴급 고객응대를 위해 운영시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종국 SR 사장은 올해 1월 5일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철도유지보수 체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객실 승무와 고객센터 등 코레일 자회사 위탁업무 재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독자적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후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용역계약 해지를 먼저 통보하면서 고객센터는 새로 민간전문업체가 운영을 맡게 됐다. 운영시간도 종전 07~22시에서 09~18시로 바꿨다.

 손혁기 SR 고객홍보처 부장은 “고객 불만이 많이 줄었고, 연간 용역비도 종전보다 33%나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응답률은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번째 비결은 시니어 상담원 채용이다. SR은 고객센터의 상담인력을 구성할 때 정원의 20% 이상을 시니어 상담원으로 채용토록 조건을 내걸었다. 노인들의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상담에 활용하고. 양질의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정규근무자 20명과 단기근무자 10명 중 60세 이상 시니어는 모두 14명으로 46%를 차지한다. 정규근무자 가운데선 4명이 시니어이며, 하루 3시간씩 일하는 단기근무자 10명은 전원 시니어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의 협약 체결을 통해 채용했다.

SR 고객센터의 박수연 시니어 상담원. 사진 SR

SR 고객센터의 박수연 시니어 상담원. 사진 SR

 최준혁 고객센터장은 “시니어 상담원은 초기에는 상담 경험과 컴퓨터 활용능력 부족 탓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재는 일반상담원의 90% 선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만난 박수연 상담원도 60대 후반의 시니어다. 7월부터 상담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친절하고 세세한 응대로 고객들의 감사 인사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박 상담원은 “최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고, 고객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주변에선 시니어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SRT 유튜브 화면. 자료 SR

SRT 유튜브 화면. 자료 SR

 세 번째로는 젊은 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의 활용이 꼽힌다.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승차권 환불과 예약대기 ▶비회원 승차권 확인 ▶승차권 선물 ▶유실물 찾기 등 10가지 주제로 안내 영상을 제작해 SRT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것이다.

 김진형 SR 고객홍보처장은 “(유튜브 영상이) 알기 쉽게 제작된 덕에 영상 공개 이후 고객센터 문의가 20% 가까이 줄었다”며 “ 딸과 아들이 부모님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컨셉을 설정하고, 전문용어 사용은 최대한 줄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SR은 내친김에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서비스도 연내에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국 사장은 “노인 전담 상담원 운영과 상담원 우선연결, 기존보다 느린 음성의 자동응답서비스(ARS)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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