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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주가 떨어뜨렸다..."체중 20% 감소" 전세계 뒤흔든 이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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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되는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영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연내 출시 예정인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정면 대결을 앞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미국 월가는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 전망치를 당초보다 두 배인 1000억 달러(132조9000억원)로 상향했다.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약 열풍은 과자·콜라 제조사의 주가마저 떨어뜨리는 등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비만 치료제 열풍의 이유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 배경엔 매년 불어나는 비만 인구가 있다. 세계비만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과체중 인구는 2020년 26억500만 명(전체 인구의 38%)에서 2035년 40억500만 명(51%)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만은 같은 기간 9억8800만 명(14%)에서 19억1400만 명(24%)으로 증가할 것이란 추정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세계 비만 인구는 1975년 이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미국은 국민의 42%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비만=질병'이란 인식의 확산도 비만약 열풍을 이끌고 있다. 비만은 당뇨·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암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고 알려졌다. 미 워싱턴대 보건계량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연간 전 세계 사망자 수는 400만 명이 넘는다. 손쓰지 않을 경우 비만이 초래하는 전 세계 사회적 비용 또한 2035년까지 연간 4조3200억 달러(약 5741조원)에 달한다는 예측이다. 앞서 미의학협회(AMA)는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규정했다. 건강·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비만 치료제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AP=연합뉴스

미국 일라이릴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AP=연합뉴스

현재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양강 구도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두 주사형 비만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할 것으로 본다. 위고비는 이미 미국 등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비만 치료제 버전으로 지난 2021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68주간 주사를 맞으면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내 기존 6%대였던 비만약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위고비의 올 3분기(7~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33.9% 급증한 96억 덴마크크로네(약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위고비는 올 상반기 한국과 일본에서도 수입 판매 허가를 받아 아시아 진출이 멀지 않았다.

젭바운드는 체중 감량 효과가 현존 비만 치료제 중 가장 뛰어나 지난 8일 FDA의 승인을 받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72주간 투여하면 체중이 평균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젭바운드는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의 비만약 버전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글로벌 제약사들 출사표...과자·콜라 주가 악영향 

두 비만 치료제는 각 제조사의 성장을 견인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올 3분기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8.9% 증가했다. 주가가 올 들어 40%가량 상승하며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14일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4496억 달러(약 597조5000억원)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의 흥행과 젭바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들어 주가가 63.5%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5816억 달러(약 773조4000억원)로 전 세계 제약사 중 1위에 올랐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의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올 연말 발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주식시장에서 고전 중인 화이자는 비만 치료제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제약사 에코진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총 20억 달러(약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하루에 한 번 먹는 알약 형태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도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3상 시험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다만 비만 치료제는 메스꺼움·설사·구토 등의 부작용과 약물 중단 시 다시 살이 찔 수 있는 점이 극복 과제로 꼽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비만 치료제 복용으로 식욕이 억제된 이들이 콜라·과자 등의 소비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관련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코카콜라의 주가는 10.7%, 펩시콜라를 생산하는 펩시코는 14% 떨어졌다. 오레오 쿠키 제조사인 몬델리즈인터내셔널도 11.2%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또 비만약의 확산으로 비만 치료 수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술용 로봇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주가 역시 내려갔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비만 치료제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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