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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카카오’ 재발 막는다…공정위, 플랫폼 M&A 심사기준 개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기준 카카오의 계열회사는 143개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를 불려오는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엔 걸리지 않았다. 기존의 제조‧유통‧서비스업에 맞춰 설계된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유형에서 경쟁 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려워서다.

5년간 계열사 2배 늘린 카카오

14일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심사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먼저 간이심사 대상을 확대한다.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미미한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만 확인하는 게 간이 심사다. 지금까진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간이심사 대상을 정했다.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매출이 적더라도 이용자 수와 혁신 가능성을 따져 간이심사를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기업결합을 신고할 때 인수하고자 하는 업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월평균 500만명 이상이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를 300억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 일반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이미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온라인 플랫폼이 혁신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큰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년여간 카카오는 62개 회사에 대해 기업결합을 신고했는데 이 중에서 53개(85.4%)가 간이심사를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예컨대 카카오는 마음골프(스크린골프), 야나두(교육) 인수 과정에서 간이심사만 거쳤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8년 11월 69개에서 지난 1일엔 143개로 2.1배 늘어났다.

기업결합 때 앱 이용자 수, 빈도 고려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때 서비스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기존엔 매출액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평가했는데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서비스인 경우 영향력에 비해 점유율이 낮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었다. 서로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에서 주력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일이 발생하는지도 따져보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선중규 기업협력정책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선중규 기업협력정책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의 접근 방식으론 온라인 플랫폼의 기업결합을 통한 사업 확장을 막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미국도 동일하다.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7월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을 내놨다. 구글‧아마존 등이 경쟁업체를 제재 없이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에서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플랫폼 간 경쟁, 플랫폼 내 경쟁 등을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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